車위장막, 그 뒤에 가려진 진짜 이야기

  • 동아경제
  • 입력 2014년 11월 11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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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국 오토블로그에 포착된 캐딜락 신형 SUV ‘XT5’, 오토블로그
사진=미국 오토블로그에 포착된 캐딜락 신형 SUV ‘XT5’, 오토블로그
위장막으로 가려진 채 달리는 차량의 모습은 익숙하기도 하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단순히 투박한 천을 뒤집어 쓴 이 모습 뒤에 신차의 정체를 최대한 숨기려는 엔지니어들의 숨은 노력이 담겨있다는 것을 자동차 팬들은 알까?

그들의 수고를 치하하듯 미국의 한 자동차 전문매체는 10일(현지시간) 위장막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 관심을 끌고 있다.

오토블로그에 따르면 모두 같은 듯한 위장막도 사실은 차량 별로 다르게 제작된다. 주로 눈에 띠거나 자동차 업체가 숨기고 싶은 결정적인 특징이 최대한 두드러지지 않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따라서 엔지니어들은 시범 주행 바로 직전이 아닌 차량 개발의 초기단계부터 개입해 업체 측에서 끝까지 감추고 싶어 하는 차량의 중요한 특성을 파악한 후 위장막을 제작한다.

쉐보레 볼트 담당 수석 엔지니어는 “위장막은 신차가 정식으로 공개될 때 좀 더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써 이용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 전장이 4000mm에 달하는 차량의 정체를 단 일부도 들키지 않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

거의 대부분의 업체들이 같은 장소에서 시범 주행을 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일명 ‘카파라치’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해당 장소에 잠복해 있다가 새로운 모델로 보이는 차량이 등장하면 주저하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이렇게 찍힌 사진을 토대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예상 렌더링이라고 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테스트 전 주변 감시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심지어 하루 먼저 도착해 몰래 숨어 있다가 차량을 포착하려고 하는 일부 카파라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장에 있던 공급업체 관계자가 정보를 흘리는 바람에 신차 정보가 유출되는 기가 막힌 경우도 종종 있다.
사진=무늬로 된 위장막으로 가려진 채 주행중인 차량, 오토블로그
사진=무늬로 된 위장막으로 가려진 채 주행중인 차량, 오토블로그

몇 차례에 걸쳐 언론에 포착되는 위장막 차량들도 알고 보면 여러 단계를 거친다. 초기 위장막은 최대한 차량의 정체를 숨기는 데 목적을 두고 전체를 감싸고 있다. 이후 공기 역학적 설계를 포함한 좀 더 구체적인 성능을 시험하는 단계에서는 위장막으로 감싼 범위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이때는 무늬를 새겨 넣음으로써 실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속도를 내는 것이 관건인 슈퍼카 시험주행에서 위장막은 차량 정체를 숨기는 데 큰 역할을 해내지만, 반면 주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필요에 맞게 제거한다.

하지만 이토록 치밀한 단계를 거치며 아무리 용을 써도 소위 말하는 차량 전문가들은 윈도우 글라스나 루프라인만 보고도 신차의 특징을 잡아내는 경우도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위장막은 몇 번의 심사숙고를 거친 후 탄생하는 것. 한 관계자는 “정체를 적당히 노출시키되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 그 간극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어떻게 보면 예술과 과학”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러한 수많은 물밑 작업 끝에 완성된 위장막으로 가려진 채 어딘가를 달리는 차량이 있을 것이고, 이를 카메라에 담으려 움직이는 기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고군분투를 알고 나니 위장막을 더욱 자세히 봐야할 것만 같다.

박주현 동아닷컴 인턴기자 wjdwofjq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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