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곁가지 음식도 ‘간판 메뉴’처럼… 입소문 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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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스터디]종합 외식기업 SG다인힐의 성장 비결

SG다인힐은 서울 강남의 대형 전통 한식당 삼원가든의 박수남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외식 전문 기업이다. 2007년부터 박 회장의 막내아들인 박영식 부사장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회사다. 현재 이 회사는 블루밍가든(이탈리안 레스토랑), 붓처스컷(스테이크하우스), 투뿔등심(숙성등심 전문점), 패티패티(수제 햄버거 전문점), 핏제리아 꼬또(화덕 피자 전문점) 등 총 9개 외식 브랜드 2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출범 이후 줄곧 ‘다(多)브랜드, 소(少)직영매장’ 전략을 취해 온 SG다인힐은 지난해 401억 원의 매출액에 2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갈빗집으로 4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삼원가든의 작년 매출액이 200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출어람’이라 할 수 있다. 최신 유행하는 다양한 콘셉트의 레스토랑을 잇달아 열며 종합 외식업체로 급성장하고 있는 SG다인힐의 성공 요인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집중 분석했다. DBR 159호(8월 15일자)에 실린 사례 연구 내용을 요약한다.

○ 정체성 모호한 브랜드로 불안한 출발

SG다인힐은 2007년 스시·그릴 전문점 ‘퓨어멜랑쥬’와 와인·사케 전문점 ‘메자닌’ 두 개의 브랜드를 동시에 내놓으며 외식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야심 차게 매장을 열었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모호한 브랜드 콘셉트가 가장 큰 문제였다. 예를 들어 퓨어멜랑쥬에선 ‘정통 일식은 물론이고 고급 양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그릴 바비큐까지 한곳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지만 오히려 소비자에겐 ‘이도 저도 아닌’ 콘셉트로 인식됐다. 비용 관리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퓨어멜랑쥬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일식과 양식의 ‘퓨전’이 아닌 일식과 양식을 함께 제공하는 ‘복합’ 식당이었던 탓에 인건비가 일반 식당 운영비의 배로 들어갔다. 모호한 브랜드 콘셉트와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SG다인힐의 출발은 불안해 보였다. 그러나 SG다인힐은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발판으로 후속 브랜드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외식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 사업 잘 안되는 매장 과감히 접어
SG다인힐은 세 번째 내놓을 외식 분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블루밍가든)을 낙점했다. 스시나 그릴에 비해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음식인 데다 비용 관리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파스타를 예로 들면, 메뉴 가짓수가 많아도 조리과정은 크게 면을 삶아 볶는 과정이 전부라서 일식 등 타 요리에 비해 단순한 편이었다. 박 부사장은 삼원가든 본점이 위치해 있는 압구정동 인근에 2008년 5월 블루밍가든 1호점을 냈다. 30년 넘게 삼원가든의 명물 대접을 받던 인공폭포 위치까지 앞으로 당기는 공사를 실시해 매장 입구가 대로변과 바로 맞닿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목 좋은 자리에 고품격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들어서자 30대 강남 미시족부터 와인모임 같은 친목의 장을 원하는 중년층, 조용한 분위기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할 장소를 찾는 40, 50대 직장인들까지 몰려들었다.

이후 SG다인힐은 2011년 3월 스테이크 하우스(붓처스컷) 시장에 진출했다. 30년 넘게 축적해 온 삼원가든의 숙성 기술력에 퓨어멜랑쥬를 운영하며 쌓아 온 그릴 노하우를 더했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1호 매장은 일명 ‘제2의 가로수길’이라 불리는 한남동 꼼데가르송거리에 열었다. 습식 숙성은 물론이고 건식 숙성까지 적용한다는 소문을 듣고 고기 마니아들이 몰려들었다. 이후 SG다인힐은 그해 8월 청담동에 있던 퓨어멜랑쥬 및 메자닌 매장을 폐점시키고 대신 붓처스컷을 열었다. 사업이 잘 안 되는 매장은 과감히 접고 인기 있는 레스토랑으로 재빨리 갈아탄 것이다. 이어 SG다인힐은 2012년 1월 투뿔등심을 선보이며 또 한번 ‘대박’을 터뜨렸다. 시장에 선보인 지 불과 2년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 매장 수가 총 7개에 달한다. 투뿔등심 7개 매장의 월 평균 매출액은 현재 삼원가든 2개 점(본점 및 대치동 지점)의 월 평균 매출액 수준과 거의 비슷하다. 투뿔등심 전체 매장의 좌석 수가 총 813석으로 삼원가든 2개 매장 좌석 수(총 1700석)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투뿔등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 간판메뉴 못잖게 식전 빵 유명해져

SG다인힐은 브랜드마다 메인 외에 사이드 메뉴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선 파스타가 맛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고, 최고의 식전 빵을 제공해 차별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SG다인힐 본사에 ‘테스트 키친’(신메뉴를 개발하는 일종의 요리 실험실) 외에 ‘베이커리 키친’까지 따로 만들고 베이커리 전담 셰프까지 영입해가며 고품질의 빵 개발에 힘썼다. 그 결과 블루밍가든에선 ‘성게알 로제 파스타’ 같은 간판 메뉴 못지않게 식전 빵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워낙 인기가 좋아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아예 큰 바게트 형태로 한정 수량을 만들어 매장에 공급해 포장 판매도 한다. 투뿔등심도 마찬가지다. 맛있는 고기를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그 외 식사로 선택하는 된장찌개나 볶음밥 메뉴 개발에 힘을 기울였다.

SG다인힐은 또한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인 예가 투뿔등심에서 소주와 맥주를 별도의 전용 냉장고에 보관하는 사례다. ‘하이트’ ‘참이슬’ 등 어디서나 똑같은 맥주와 소주를 파는 상황에서 투뿔등심이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술을 보관하는 ‘온도’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뿔등심 매장에선 소주는 마이너스 3도, 맥주는 0도에 각각 온도가 맞춰진 주류 보관 냉장고에 따로따로 보관하고 있다.

○ “고객기호 최적화된 제품-서비스 제공”

SG다인힐이 7년여 만에 종합 외식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민첩하고 유연한 의사 결정이 주효했다. 외식업의 트렌드가 3년 안팎으로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출범 초기부터 다브랜드 전략을 표방함으로써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 퓨어멜랑쥬와 메자닌 사업을 미련 없이 접고 그 자리에 붓처스컷 매장을 여는 등의 의사결정이 대표적인 예다. 정교한 수평적 세분화(소비자의 다양한 기호와 취향에 따라 시장을 나누는 것) 전략을 추진했던 것 역시 SG다인힐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날로 세분되는 타깃 고객의 요구에 정밀하게 눈금을 맞추는 ‘캘리브레이션’ 전술을 통해 고객의 기호에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 게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애드온’(기본 제품이나 서비스에 추가되는 주변 기기나 부가 서비스) 전략을 통한 차별화 역시 SG다인힐의 성공 요인이다.

김 교수는 “파스타나 등심 같은 기본 메뉴의 품질에 집중하면서도 식전 빵, 볶음밥 등 곁가지 메뉴의 차별화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점이 돋보인다”며 “이는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SG다인힐#외식기업#브랜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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