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기업문화 혁신과 알코올의존증 치료, 놀랄만큼 닮았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익숙한 관행 바꾸기 힘들어…변화하려는 자발적 채비 중요
지속적 반성이 성공의 열쇠…하루 한가지씩 개선 유도해야
목표는 완벽이 아니라 진전…자잘한 성공도 가치 인정하라

한 컨설팅 전문가가 ‘어떻게 하면 기업문화를 혁신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강연이 끝난 후 한 남자가 조용히 다가오더니 “혹시 빌의 친구세요?”라고 물었다. 전문가가 “빌이 누구죠?”라고 되물었다. 그 남자는 빌 윌슨이 ‘익명의 알코올 의존증 환자 모임(Alcoholics Anonymous·AA)’ 설립자인데, 이 모임의 회원인지를 확인하는 비밀스러운 암호가 ‘혹시 빌의 친구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이 남자가 전문가에게 이런 질문을 한 것은 기업 문화 혁신에 대한 강연 내용이 AA에서 하는 금주 프로그램과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강연을 한 전문가가 AA모임의 회원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기업 문화 혁신과 알코올 의존증 치료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얼핏 보면 전혀 다른 일 같지만 인간 본성을 이용해 행동을 바꾼다는 측면에서 놀랄 만큼 유사점이 많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Harvard Business Review Korea) 7·8월호에는 알코올 의존증 치료 프로그램과 매우 유사한 조직문화 혁신 방법이 제시됐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조직문화를 바꾸든, 알코올 의존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든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하려는 ‘자발적 채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을 억지로 변화시킬 수는 없다. 다만 스스로 변화에 대한 동기를 갖도록 도와줄 수는 있다. 때로는 리더나 동료가 자신의 취약점을 인정하면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며 개선하고 싶다는 동기를 갖게 된다. 실제로 AA모임에서는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코올 의존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동기가 형성된다.

오래된 습관을 새로운 습관으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도 행동 변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다. 담배를 끊은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껌이나 이쑤시개를 씹는다. AA모임 참석자들도 술 대신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제공한다. 조직의 변화 관리도 마찬가지다. 실제 한 레스토랑에서는 전날 매출 및 이익 등과 관련한 숫자를 살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만으로는 왜 매출에 변화가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이 레스토랑은 숫자 대신 전날 특이한 일이나 고객의 행동을 주제로 이야기한 다음 숫자를 살펴보는 새로운 관행을 정착시켜 조직 문화를 바꿨다.

적절한 스폰서십은 몰입도를 높인다. AA는 경험 많은 회원, 즉 스폰서와 신입 회원을 짝지어 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런 롤모델 관계는 양쪽 모두의 금주 지속 능력을 높여줬다. 기업에서도 이와 유사한 취지의 동료 코칭 혹은 멘토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포천 500대 기업 중 70%는 동료 코칭을 실시하고 있다.

서열이 없는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도 변화 관리에 도움을 준다. AA의 지역 모임들은 중앙의 통제 없이 자율적, 자체적으로 운영된다. 전문가들은 공식적인 리더가 없는 집단의 경우 전문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 하지만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런 구조는 오히려 회원들의 상호 의존 관계를 돈독하게 해준다. 기업에는 위계질서가 필요하지만 조직 변화를 모색한다면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자잘한 성공을 인정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AA는 회원들에게 절대 다시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압박하지 않는다. 당장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AA는 회원들에게 ‘그날에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술을 마시지 않은 기간을 축하하기 위해 ‘금주 기념 동전’을 제작해 작은 성공을 인정해준다. 조직 문화 변화도 이런 지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변화관리 전문가들은 조직 변화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조직원들이 단기적 성공을 체험하도록 관리자들이 미리 계획하고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익숙한 행동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긍정적인 변화에도 중독이 될 수 있다. 기존 비즈니스 관행에 아무리 익숙해졌더라도 효과적인 변화관리에 나서면 직원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다.

정리=정지영 기자 jjy0166@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