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명당 고객 30명 요구 파악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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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호 국민은행장 ‘고객관리론’… “성과보다 만족도 향상에 초점”

“이제 고객 한 분, 한 분을 제대로 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일단 올해는 한 사람당 30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건호 KB국민은행장(사진)이 요즘 직원들에게 ‘30명 고객관리론(論)’을 설파하고 있다. 이 행장이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추진하고 있는 ‘스토리가 있는 금융’을 정착시키기 위한 실행 방법론이다.

스토리가 있는 금융은 고객에게 꼭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원칙과 절차를 지켜 제공하는 고객중심의 경영혁신 전략이다. 이를 실천하려면 직원들이 먼저 고객의 요구(니즈)부터 정성을 다해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이 행장의 생각이다. 국민은행의 영업점 직원 1만5000여 명이 1인당 30명씩 고객을 정성들여 관리한다면 전체 국민은행 고객(약 2800만 명)의 1∼2%를 제대로 챙기게 되는 셈이다.

이 행장은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예전에는 ‘은행에 얼마나 많은 이익이 될까’를 기준으로 상품을 판매했다면 이제는 ‘고객이 어떤 상품을 필요로 할까’를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며 “직원들의 평가지표도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대폭 바꿨다”라고 소개했다. 국민은행의 이런 변화는 최근 각종 금융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은행권의 문제 중 상당 부분이 조직 내에 만연한 ‘성과 지상주의’에 기인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인사평가 시스템을 손질해 지금까지 써온 ‘결과 중심’의 성과관리체제(KPI)를 ‘과정’을 평가하는 ‘가치향상지수(VI·Value-up Index)’로 바꿨다. 성적에 따른 지점들의 ‘줄 세우기’, 고객을 이익 창출의 대상으로만 보는 문화를 없애 조직윤리를 회복하고 고객만족도를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정해진 제도 아래에서 은행 내부의 문제점을 점검하는 감사조직도 이례적으로 제도 자체에 손을 대는 평가체제 개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스토리가 있는 금융’의 추진 실무를 맡고 있는 박영태 국민은행 상무는 “대출만기나 펀드 수익률 안내를 얼마나 철저하게 했는지 체크하고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팔았을 때 그 사유를 적도록 하는 등 ‘과정 평가’ 방식도 어느 정도 계량화했다”며 “영업도 원칙과 절차를 중시해야 한다는 게 새로운 평가방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앞으로 은행업의 성패는 고객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얼마나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신뢰의 위기’에서 국민은행을 지킬 수 있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kb#국민은행#이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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