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꾸러미 배달, 배추-무에 광고 후원… 상생유통 실험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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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뿐 아니라 폭등했을 때도 농민들은 항상 손해를 봤다.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이다. 도매시장과 대형 유통업체가 과점한 상태인 경직된 시장구조도 한몫을 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와 농민이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유통 단계를 줄이고, 기존 유통망 외에 다양한 통로를 만들어 완충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농협이 공들이는 유통 혁신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유통으로 주목 받는 농산물 꾸러미 사업이 대표적이다.

경기 양평군의 콩나물과 쑥갓, 제주도의 한라봉, 강원 강릉시의 감자, 전북 장수군의 오이맛 고추, 전남 영암군 단감, 경북 칠곡군의 맛타리 버섯, 경남 진주시 청피망…. 주부 최지순 씨(53)가 주문한 ‘농산물 꾸러미’에 담겨 있는 농산물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공수한 싱싱한 제철 채소와 과일 10여 가지가 라면 상자만 한 포장 상자에 담겨 배달됐다. 대략의 주문량과 상품군을 미리 정해놓으면 그때그때 신선한 제철 과일과 채소, 고기 등을 알아서 배달해 준다. 최 씨는 “장을 따로 보지 않아도 되어 편리하고 품질에 비해 가격이 싸다”고 말했다.

농산물 꾸러미 사업이 새로운 형태의 농산물 유통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산물 꾸러미는 조합이나 공동체에 소속된 농가들이 농산물을 상자에 담아 곧바로 소비자들에게 배송하는 방식이다. 중간 유통망을 거치지 않는, 일종의 직구(직접구매)와 비슷하다.

농산물 꾸러미 사업에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가 운영하는 ‘언니네 텃밭’, 농업회사법인 ‘흙살림푸드’와 ‘완주로컬푸드 건강한 밥상 영농조합법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언니네 텃밭은 전국의 16개 조합별로 여성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로 꾸러미를 만들어 배송하며 회원을 1600여 명으로 늘렸다.

농협중앙회도 올해 1월 개장한 농산물 전문 인터넷쇼핑몰 ‘농협a마켓’(nhamarket.com)에서 농산물 꾸러미를 판매한다. 농협중앙회는 올해 1∼3월 농산물 꾸러미를 약 3억 원어치 팔았다. 부산 강동농협과 충북 오창농협, 전남 나주 남평농협 등 지역 농협도 농산물 꾸러미 사업을 벌이고 있다.

농산물 유통에 기업이 참여하는 상생 마케팅도 주목 받고 있다. 기업의 공유가치(CSV) 경영과 농산물 소비를 연결한 사업이다. 기업이 농가를 돕기 위해 후원을 하면 그만큼 가격을 깎아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SK그룹은 임직원 1만6000여 명이 농산물 꾸러미를 주기적으로 배달 받는 형식으로 충북 오창농협에서 매년 농산물 70억여 원어치를 사들이고 있다. SK그룹은 농민을 돕고 좋은 농산물도 먹을 수 있어 좋고, 농민들은 든든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서 좋다.

농산물에 광고를 내는 방식으로 후원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농협은 기업에서 광고를 유치해 농산물에 게재해주는 대신에 광고비로 농산물 가격을 낮추는 데에 사용하는 ‘농산물 기업 상생 광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말 채소 가격이 폭락했을 때 서울과 경기 고양시의 하나로마트는 CJ제일제당으로부터 받은 7000만 원의 광고비를 이용해 무를 2개 사면 1개를 더 얹어주는 ‘2+1’ 행사를 벌였다. 무에는 ‘CJ가 우리 농산물을 후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었다. 농협은 지난해 20개 기업에서 12억 원을 후원받은 데에 이어 올해 50개 기업에서 100억 원을 후원 받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상생유통#농산물#농민#유통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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