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경영혁신]군살빼고, 체력 다지고… 이제 힘찬 재도약만 남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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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선봉에 선 한국 공기업들

공기업 개혁은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된 핵심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공기업 정상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공기업 부채가 경제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또 에너지 교통 철도 등 국가 기반산업을 맡고 있는 공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경제 활성화를 통한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달성이라는 정부의 목표가 자칫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다.

공기업 내부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다.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정책을 계기로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 경영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 보여주기 위한 실적에 치우치기보다는 개혁을 통한 근본적인 공기업 체질 개선을 통해 정도경영에 나서는 공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부채 감축으로 기초체력 다지기


최근 공기업들이 내놓고 있는 개혁 방안은 크게 부채감축과 경영 효율성 제고 등 두 가지 축으로 이뤄져 있다. 부채감축을 통해 공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는 군살을 빼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동시에 경영 효율성을 높여 기초체력을 탄탄히 하겠다는 것이다.

각 공기업들은 정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부채 감축 목표를 세웠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전체 공기업의 부채는 493조4000억 원으로 500조 원에 육박한다. 2008년 전체 공기업 부채 규모가 290조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사이 200조 원 이상 빚이 늘어난 것이다. 전기 및 가스요금 통제와 4대강, 전력사업, 보금자리주택, 해외자원 개발 등 국책사업에 공기업 빚을 동원한 데 따른 결과다. 이에 따라 주요 18개 공기업들은 2017년까지 497조100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던 부채를 42조 원 줄여 455조1000억 원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2017년까지 부채를 14조7000억 원 줄일 계획이다. 우선 한전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3조 원가량을 줄이기로 했다. 또 5조3000억 원대 자산 매각도 추진한다. 한전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한전기술과 한전KPS의 지분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만 남기고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한전의 핵심 사업인 전력사업과 관련이 없는 지분들은 전량 매각한다. 강도 높은 부채감축을 통해 한전은 2017년 당기순이익이 2조2021억 원으로 높아지고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은 현재 0.2배에서 1.8배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전은 올 초부터 부채감축 비상대책위원회를 포함한 2개 위원회로 구성된 한전 경영혁신 추진단을 꾸려 부채 감축 등 종합적인 재무개선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도록 했다.

다른 공기업들도 부채 감축을 통한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7년까지 46조 원에 이르는 부채 감축 목표를 내걸었다. 당초 LH는 지난해 수립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는 2017년까지 부채를 30조 원 감축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정책에 부응해 최근 16조4000억 원의 추가 부채 감축안을 마련했다. 각각 1조 원대의 부채 감축 계획을 내놓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이자보상배율을 현재 1.6배에서 2017년 6.9배로, 광물자원공사는 같은 기간 0.4배에서 2.0배로 높일 예정이다.

한국가스공사는 당초 2017년까지 34조500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었던 부채를 33조3187억 원으로 줄인다. 이를 통해 2012년 385%였던 부채비율을 249%까지 줄여나갈 계획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4조2830억 원의 부채를 감축해 부채비율을 150% 수준으로 낮추면서 2012년 1250억 원 수준이었던 당기순이익이 2017년 1조9373억 원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 혁신으로 재도약 발판 마련

공기업들은 부채 감축뿐만 아니라 직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경영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방만 경영으로 지적받았던 각종 복리후생제도를 줄여나가고 있다. LH는 사업 효율화를 위해 공공정책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면서 민간 자본 참여를 확대할 방침이다. 민간의 참여 확대로 위험 부담이 분산되고 사업성이 높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또 지역 본부별 판매목표 관리제와 개별 사업별 책임자가 사업계획과 예산 인사 등에 대한 권한을 갖는 ‘소(小)사장’ 제도를 도입했다. 이 같은 경영혁신 제도를 통해 사업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책임감을 높여 조직에 활력을 주겠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달 25일 평사원부터 처장급 간부까지 총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인사 혁신 토론회’를 열고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혁신 과제들을 마련했다. 한전은 이날 회의를 통해 부채규모와 부채비율 등 부채 현황을 내부 전산망에 공개해 전 직원이 공유하도록 하는 실시간 부채공개 시스템을 구축하고 도서산간 지역 등 직원들이 기피하는 지역에서 근무하거나 힘든 업무를 맡은 직원에게는 높은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인사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를 안전한 원자력발전 원년으로 삼고 조직, 인사, 문화의 3대 혁신 방안을 내놨다. 우선 조직 혁신을 위해 재무구조개선팀을 신설하고 ‘원전 순혈주의’를 깨기 위해 본사 처장급 간부진의 절반가량을 외부에서 충원하기로 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삼성토탈에 해외 파견 대상 직원들을 파견해 공장 품질관리 혁신 경영기법(TPM)을 교육받기도 했다. 또 공기업들은 지역사회와의 갈등으로 국책사업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소 협력사들과의 상생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소통협의회를 구성했으며 한국동서발전은 장주옥 사장이 직접 동서발전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30여 개 회사를 직접 방문해 상생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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