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직구 기대감에… 유통업계 두근두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공인인증서-액티브X 철폐… 결제 간소화로 구매장벽 없어져
외국어 쇼핑몰-홍보 부족은 숙제

현대백화점은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 팔로잉 회원을 늘리려고 갖은 애를 썼지만 50만 명으로 늘리는 데만 꼬박 3년이 걸렸다. 그런데 지난해 말 종영한 인기 드라마 ‘상속자들’에 등장한 액세서리 판매 이벤트를 올리자 일주일 만에 회원 수가 150만 명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SNS 담당자는 “이런 제품들을 온라인으로 바로 판매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며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는 역직구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30만 원 이상 결제 시 공인인증서 강제 사용 등의 규제를 없애겠다고 밝히면서 해외 역직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역직구 성장속도 빨라질 것”

옥션은 지난해 말 중국 쇼핑몰에서 한국 중소 온라인몰 업자들이 한류 상품을 직접 팔 수 있도록 제휴를 주선했다. 한류 붐으로 기대감이 컸지만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공인인증서 결제를 기본으로 하는 국내 업체들 사이트가 모두 인터넷 익스플로러 기반이라 중국 쇼핑몰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결국 중국 업체는 해당 업체 접속을 막아버렸다.

이처럼 액티브X 기반의 공인인증 시스템은 해외 역직구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벽 중 하나였다. 국내 온라인몰에서는 30만 원 이상을 결제하려면 공인인증서가 필요해 외국인들의 접근이 어려웠고, 인터넷 익스플로러 사용인구가 미미한 국가도 많기 때문이다.

‘한류 위력’은 실감했으나 마땅한 방안이 없던 유통업계는 규제 철폐를 반기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공인인증서의 대안이 어떤 방식이 될지에 대한 논의는 더 필요하지만 결제 간소화 등 불필요한 장벽을 없애면 역직구 성장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역직구가 가능한 영문 사이트를 따로 운영하는 G마켓은 지난해 전년 대비 32% 매출이 증가했다. 올 2월 글로벌관을 연 롯데닷컴은 주문건수가 한 달 만에 1000건을 넘어섰다. 주문 단가도 22만 원으로 국내 고객의 두 배였다.

○ 홍보·비용부담 문제 해결 필요

공인인증서가 철폐된다고 역직구가 바로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란 의견도 많다. 국내 소비자의 해외 직구 거래금액은 1조 원을 넘지만 역직구 규모는 2000억 원에 그쳐 불균형이 심하다. 역직구를 겨냥한 산업 자체가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이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은 현재 외국인을 위한 외국어 쇼핑몰이 따로 없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은 외국어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소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솔직히 내국인 수요로도 벅차서 해외 결제나 배송까지 신경 쓸 여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중 외국어로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 비중이 지난해 20.9%에 달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홍보도 부족하다. G마켓, 11번가, 롯데닷컴 등은 이미 공인인증서 없이 해외 결제가 가능한 사이트를 운영 중이지만 모르는 이들이 더 많다. 한 온라인업체 관계자는 “대통령 지적과 달리 이미 해외에서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있는 국내 사이트가 있다”며 “문제는 한국 상품 직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소 온라인몰이 공인인증서 없이 해외 부정 거
래나 해킹 시도를 막는 것도 숙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 역직구족 ::

인터넷으로 국내 쇼핑몰에 접속해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해외 소비자를 말한다. 국내에서 해외 사이트로 물건을 사는 ‘직구족’에 대비해 역(逆)직구족이라 부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규제철폐#유통업#공인인증서#액티브X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