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희망 기업에 지분 쪼개 팔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금융硏 ‘희망수량 경쟁입찰’ 제시… 최고가 입찰자부터 순차 지분 배정
과점 주주땐 의사결정 혼란 우려도

우리금융그룹 민영화의 마지막 단계인 우리은행 매각이 여러 입찰자에게 원하는 만큼의 지분을 파는 ‘분산매각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단독 인수자가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일괄 매각 대신에 지분을 쪼개 파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바람직한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의 ‘희망수량 경쟁 입찰’ 방식을 우리은행 매각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금융권은 금융연구원이 정부의 금융정책 연구용역을 도맡아 하는 연구기관이라는 점에서 정부와의 사전 조율을 거친 방안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6.97% 중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33% 이상의 지분을 한곳에 매각하는 방식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3조∼4조 원대의 막대한 인수 자금력을 갖춘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수량 경쟁입찰은 기준가격 이상을 제시한 입찰자 가운데 최고 가격을 써낸 입찰자부터 순차적으로 지분을 넘기는 방식이다. 지분을 나눠 판다는 점에서 ‘블록세일’과 비슷하지만 투자자들이 써낸 지분만큼 서로 다른 가격으로 주식을 사간다는 점이 다르다. 이 방식이 성공하면 우리은행은 5∼10%의 지분을 보유한 여러 과점주주가 존재하는 지배구조를 갖게 된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은 “이 방식은 민영화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전략적 투자자, 재무적 투자자 등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투자자에게 정부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을 한꺼번에 많이 내다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을 주인 없는 은행으로 만드는 방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인 없는 은행이 되면 정부가 의사결정 구조에 개입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교보생명의 경우에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다면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 때문에 과거에도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도록 일정 지분을 인수한 금융사에 추후에 지분을 더 사들이는 ‘콜 옵션’을 주는 방안도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금융 계열의 경남·광주은행 매각으로 발생하는 6500억여 원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방은행 매각 작업을 마무리 짓고 우리은행 매각 절차로 넘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4월이나 6월 임시국회에서도 조특법 개정안 통과가 불투명해 우리은행 매각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우리은행#희망경쟁#입찰방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