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사회적 原子’ 인간과 휴대전화 유통의 닮은점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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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이성적인 계산기도 아니고 교활한 도박사도 아니다. 사람은 적응적인 기회주의자이다. ―사회적 원자(마크 뷰캐넌·사이언스북스·2010년) 》

부동산시장 관련 기사를 쓰다 보면 흥미로운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부동산 지표가 상승한 것을 보고 ‘집값이 오른다’라는 기사를 쓰면 그 주 지표 상승폭은 더욱 커진다. 호가는 상승하고 매수 문의도 늘어난다. 반면 부동산 지표가 하락해 ‘집값이 떨어진다’라는 기사가 나가면 지표 하락폭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많은 언론사가 연달아 집값 하락세를 보도하기 시작하면 부동산시장은 거래절벽에 내몰리기도 한다.

대중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 편집자 출신인 마크 뷰캐넌은 인간의 비이성적 행동에 대해 “사회과학 대신 물리학으로 인간 세상을 보라”고 주장한다. 뷰캐넌은 사회적 현상을 물리적 현상으로 분석하는 물리학자다. 그는 물리학이 규칙적 힘에 의해 결정되듯 인간사회도 사회의 거대한 힘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뷰캐넌은 인간을 사회적 원자로 보고 개개인의 행동을 거시적인 패턴으로 읽으면 물리학처럼 사회현상을 해석하고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석 속의 원자와 휴대전화 유통과정의 유사성을 예로 든다. 복잡하게 놓인 원자 집단 속, 아래의 원자에 자기장을 주면 자기장의 영향을 받은 원자에 의해 위에 있는 원자들도 변화를 겪는다. 빠르고 거칠게 변화가 일어나지만 결국 모든 원자가 위로 향하도록 배열된다. 휴대전화 보급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단지 남들이 산다’는 이유(자기장 자극)로 빠르게 보급이 이뤄지다 모두가 휴대전화를 갖는 상황(위로 향한 배열)이 오는 것이다.

사실 뷰캐넌이 말하는 자기장 자극은 바로 대중심리의 다른 말 아닌가 싶다. 이 같은 분석은 ‘자유의지로 행동하는 나’라는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 같아 어쩐지 개운치 않다. 하지만 유행에 따라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기 일쑤인 사람들을 보면 틀린 통찰은 아닌 것 같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부동사#휴대전화#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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