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업체 본받자” 카타르 국왕도 건설韓流 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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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한류 50년의 주역들]
수도 도하 고속도로 확장 난공사… 현대건설 깔끔한 일처리로 호평
亞~유럽 잇는 보스포루스 제3대교… SK-현대 협업 통해 장점 극대화
한국, 해외진출 반세기만에 ‘빅6’

10일 오전(현지 시간) 현대건설이 건설하는 카타르 도하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 현장. 하루 최대 1900여 명이 투입되는 이 공사는 카타르의 부촌 루사일 신도시와 중요 업무지구 알와다 6km 구간을 잇는 프로젝트다. 도하=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10일 오전(현지 시간) 현대건설이 건설하는 카타르 도하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 현장. 하루 최대 1900여 명이 투입되는 이 공사는 카타르의 부촌 루사일 신도시와 중요 업무지구 알와다 6km 구간을 잇는 프로젝트다. 도하=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한국 해외 건설의 역사가 올해로 반세기를 맞았다. 국내 건설사들은 1965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수주 누계 6000억 달러(약 640조 원)를 달성하며 한국을 글로벌 6대 해외 건설 강국으로 이끌었다. 한국인 특유의 근면, 성실성을 무기로 1970년대 ‘중동 붐’을 일으켰던 한국의 건설사들은 올해를 고(高)부가가치 시공능력을 무기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신(新) 건설 한류’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건설 한류 50년을 이끌고 있는 주역들의 면면과 그들이 그리고 있는 미래를 시리즈로 짚어본다. 》  

10일(현지 시간) 터키 이스탄불 도심에서 자동차로 40분 떨어진 보스포루스 해협. 기업이 밀집한 서쪽 유럽지역과 주택가가 몰려 있는 동쪽 아시아지역을 잇는 제3의 초대형 다리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현대건설과 SK건설이 함께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이곳은 동서양을 잇는 이 해협의 지정학적 중요성만큼이나 한국 건설사에 의미가 큰 현장이다. 신시장인 터키에 진출하려는 현대건설과 초대형 다리 공사의 경험을 쌓으려는 SK건설, 두 한국의 대형 건설업체가 손을 잡고 진행하는 ‘공동사업’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동 붐을 이끌었던 한국의 건설사들은 해외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오랜 기간 치열한 출혈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업체끼리 컨소시엄을 꾸리거나 중동 일변도의 시장을 벗어나 지역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제2의 해외건설 붐’을 일으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 체질 개선의 원년

1965년 11월 현대건설이 태국 빠따니 나라띠왓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따내면서 시작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이 올해로 반세기를 맞았다. 건설사들은 올해를 체질 개선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많은 건설사들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이유도 국내 업체 간 저가 수주 경쟁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건설사들은 공종(工種) 및 시장을 다변화하면서 협업의 폭을 넓히고 있다.

올해는 양적으로도 재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총 161억7700만 달러(17조2754억 원)로 지난해 1분기(1∼3월) 수주액(96억9380만 달러)에 비해 67%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700억 달러를 넘겨 해외건설 수주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맞춰 현대건설은 해외공사 매출 비중을 지난해 64%에서 올해 70%로 확대한다. 특히 중남미를 신시장 개척의 우선 대상지역으로 정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해외 수주 물량의 44.4%를 새로운 시장 또는 재진출 국가에서 수주했다.

SK건설은 2월 초 미국 루이지애나 주 찰스 호 인근에 연간 생산 340만 t 규모의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메이저사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액화플랜트 시장에서 국내 업체로선 처음으로 EPC(상세설계·조달·시공)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올해를 ‘내실 있는 성장’의 원년으로 삼았다. 수주 경쟁이 치열해 저가 수주가 우려되는 소소한 사업 대신, 기술력이 중시되는 대형 프로젝트에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한국인의 저력

국내 업체들이 이끌어온 50년 ‘건설 한류’의 힘은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한국인 특유의 저력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해외 발주처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진행 중인 현대건설의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도 대표적인 예다. 10일(현지 시간) 도하에서 만난 이천수 현대건설 공사총괄 상무는 “공사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봄 날씨”라는 말로 방문한 기자들을 맞았다. 그러나 도하의 오전 수은주는 25도, 체감온도는 30도에 육박했다.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는 한국의 서울 청담동 격인 루사일 신도시와 금융경제 중심지인 알와다 6km 구간을 잇는 프로젝트다. 카타르 공공사업청이 발주한 12억2000만 달러 규모의 이 공사는 6차로의 기존 도로를 최대 16차로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도시 외곽에서 진행되는 대형 토목공사와는 달리 도심의 핵심도로를 확장하는 공사라 어려움이 많다. 특히 왕궁·왕족 저택 및 각국 대사관 등이 밀집한 지역이라 공사 때문에 교통이 지체되면 즉각 정부 고위층에서 민원이 들어온다. 기존 도로와 나란히 임시도로를 만들어 군통신선, 전화선, 수로 등 15종류의 지중매설물을 임시로 이전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협의해야 할 관계기관이 15곳, 받아야 할 인허가가 200여 개에 달한다.

하영천 현장소장(상무)은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임시도로를 완성된 고속도로로 착각해 ‘벌써 도로건설을 끝냈느냐’며 발주처에 직접 치하까지 했다”며 “임시도로임을 안 국왕이 ‘깔끔한 현대의 일처리 방식을 배우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며 웃었다.

도하·이스탄불=김준일 jikim@donga.com
김현진 기자
#수도 도하#고속도로#현대건설#카타르#sk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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