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 SK만 웃었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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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선택제 근로자 도입 6개월… 기업별 성패 요인 들여다보니

SK텔레콤 장안고객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 중인 시간선택제 일자리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들 머리 위로 하루 4시간씩만 근무한다는 의미의 ‘반일’이라는 사무실 표지판이 보인다. SK그룹 제공
SK텔레콤 장안고객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 중인 시간선택제 일자리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들 머리 위로 하루 4시간씩만 근무한다는 의미의 ‘반일’이라는 사무실 표지판이 보인다. SK그룹 제공
지난해 5월 SK텔레콤 서울 장안고객센터에 동네 주부 수백 명이 몰려 줄을 섰다. 시간선택제 상담원 채용 공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온 이른바 경력단절 여성들이었다. 10개월가량 지난 현재 이곳에서 근무하는 400명의 직원 중 20명이 시간선택제 직원들이다. 이들은 고객센터 한편에 마련된 ‘반일제’ 사무실에서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3시 반까지 4시간씩 근무한다.

20명 모두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일을 관뒀다가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긴 30대 초중반 여성들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신지원 씨(34)는 “아이를 오전 10시까지 어린이집에 보낸 뒤 출근한다. 오후에 아이를 데리고 퇴근한 뒤에도 저녁식사 준비까지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육아 걱정이 사라졌다”고 했다.

○ 잘만 배치하면…

SK텔레콤 측에서도 이들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박경화 장안고객센터 그룹장은 “가장 많은 상담전화가 걸려 오는 오전 11시 반에서 오후 3시 사이에 맞춰 20명이 충원되는 셈”이라며 “시간제 직원 채용 이후 상담통화 연결률이 3%포인트 이상 올라갔다”고 했다.

SK그룹의 ‘시간제 일자리 실험’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업종을 잘 고려한 인력 배치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 회사는 지난해 500여 명을 시간제로 뽑으면서 전원 계열사 고객센터 상담 인력으로 배치했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콜센터나 종합병원처럼 일이 한꺼번에 몰리는 피크타임이 있어 추가 인력이 필요한 직종에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서로 수요가 잘 들어맞으면 직원과 회사가 ‘윈-윈’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미스매치’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미스매치를 경험한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가장 큰 채용 예정 규모를 선언한 삼성은 최근 2차 모집공고를 냈다. 당초 발표한 6000명 중 1500명밖에 채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뽑는 인원이 많고 환경안전이나 소프트웨어 등 전문적 경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많다 보니 지원자가 예상보다 적었다”고 설명했다.

○ ‘보여 주기 식’ 채용이라는 지적도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내놓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에 맞춰 관련 일자리를 대거 늘렸다.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사에 이어 신세계와 롯데, CJ 등 유통기업들도 각각 수천 명씩 뽑기로 했다. 지난해 채용 계획이 없던 현대자동차그룹도 올해 1000명을 새로 뽑겠다며 뒤늦게 뛰어들었다.

재계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다시 한 번 시간제 일자리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기업들이 없던 일자리도 만들어 내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SK를 비롯해 지난해 채용을 시작한 기업들은 어느덧 시간제 일자리 실험 6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재계에서는 전문 직군을 시간제 일자리로 채용하려는 시도 자체가 ‘보여 주기 식’ 채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시간제 일자리 근로자들도 채용 후 전일제 근로자들이 받는 것과 동일한 입사 후 교육 프로그램을 거쳐야 하지만 교육을 근무 시간만큼인 하루에 서너 시간씩밖에 못한다”며 “상대적으로 오랜 직무 교육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시간제 일자리 직원을 뽑으려는 시도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시간제 직원들에게 전일제 직원들과 동일하게 제공되는 복지 혜택도 일부 기업들엔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대거 늘렸던 한 대기업 인사팀은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 회사는 시간제 직원들에게도 전일제 정규직처럼 학자금 지원 혜택을 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학자금 신청을 받고 보니 예상보다 인원이 많았다. 회사 관계자는 “시간제 일자리 여성 대부분이 중고교생을 자녀로 두고 있다 보니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고 전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박창규·강유현 기자
#시간제 일자리#SK#시간선택제#근로자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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