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發 ‘나비 효과’… 글로벌 3차 금융위기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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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 유럽 돌아 이번엔 신흥국… 아르헨티나 외환쇼크 확산

남미 대륙의 한 나라에서 비롯된 공황심리가 거대한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달러가 바닥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23일 이 나라 외환시장은 거의 쑥대밭이 됐고, 그 후 며칠간 금융 불안은 거미줄처럼 얽힌 국제금융시장의 네트워크를 타고 터키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른 신흥국으로 전염병처럼 번졌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금융시장도 큰 충격을 피할 수 없었고 ‘기초가 튼튼하다’고 평가받던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제 금융계는 이번 위기가 2008년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진단한다. 6년 전 위기가 유럽 재정위기를 거쳐 이번에 ‘신흥국발(發) 쇼크’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이번 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 중국의 경기둔화, 신흥국 경제의 약한 기초체력 등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 요소들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미국-유럽에 이은 3차 위기”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6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세계 경제는 위기의 터널 한복판에 갇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작은 투자은행(IB)들의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였다. 선진국의 분에 넘치는 소비와 막대한 민간부채가 만들어낸 거품이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이라는 상징적 사건을 계기로 한 번에 터지면서 세계 경제가 털썩 주저앉았다.

각국 정부는 막대한 경기 부양 자금을 쏟아내 위기를 막아 보려 했고 그 과정에서 관련국 정부의 재정에 탈이 나기 시작했다. 바로 2010년부터 본격화돼 3년 이상 지속된 유럽발 재정위기였다. 남유럽 등 선진국들은 저금리를 유지하되 재정지출과 국가부채를 줄이는 고통스러운 긴축의 시대에 돌입했다.

이때만 해도 신흥국은 금융위기 시대의 승자처럼 보였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선진국 위주의 금융질서가 와해되고 투자자들이 이들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면서 아시아, 남미 등 신흥시장이 각광을 받았다.

이 구도에 균열이 생긴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작년 5월 미국이 양적완화의 축소를 처음 시사한 데 이어 ‘원자재 소비의 블랙홀’이던 중국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신흥국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미국 유럽에 이은 신흥국발 ‘3차 위기’의 막이 오른 것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12년까지만 해도 신흥국으로 순유입됐던 전 세계 펀드 자금은 지난해 160억 달러 순유출로 돌아선 뒤 올해도 22일까지 5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금융위기 발발 6년 만에 사실상 세계 모든 나라가 돌아가면서 한 차례씩은 중병을 앓은 셈이다.

○ 미국은 예정대로 양적완화 줄일 듯

이처럼 새로운 위기가 신흥시장 전반에 퍼지고 있지만, 가장 먼저 매를 맞고 기력을 회복한 미국은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신흥국에 대한 ‘진통제’ 투여량을 예정대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언론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8일 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를 예정대로 추가 축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화정책을 펴는 데 있어 신흥국의 경제위기보다는 자국 경제의 회복 여부가 우선적인 고려 사항이라는 뜻이다. 연준의 이런 방침에는 “양적완화를 줄인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회복됐다는 의미라 이는 신흥국 경제에도 결국 좋은 일”이라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설 연휴를 앞둔 한국의 외환당국은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 규모 면에서 여타 신흥국들과 차별화돼 있긴 하지만 미국만큼은 아니다”며 “분위기에 휩쓸리는 위기가 전염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FOMC가 끝나는 30일 오전(한국 시간) 관계 당국이 모여 비상점검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정지영 기자
#글로벌 3차 금융위기#신흥국#아르헨티나#외환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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