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보안의식이 ‘안전 신용사회’ 첫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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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본 보안대책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정보 보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신용사회’의 위험성을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누구나 마음먹으면 개인정보를 수집, 저장, 활용, 유통할 수 있는 ‘빅 데이터’ 환경 속에서 근본적 대책이 없는 한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보안 전문가들은 “최근 4, 5년간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비슷한 사건 사고의 발생과 대책 마련이 반복되고 있다”며 “규제 일변도인 공급자 위주 대책에서 벗어나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CEO부터 보안 의식 강화 서약해야


전문가들은 최고경영자(CEO)가 정보 보호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직원들에게 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처럼 정보보호에 들어가는 돈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만 생각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세헌 KAIST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보 보호에 투자하면 재임기간 중 순이익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CEO가 많다”며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금융회사 등의 CEO부터 나서 ‘보안의식 강화 서약’이나 성명서를 발표하고 직원들에게 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 보호 관리 인력에 대한 투자와 교육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 임직원의 84.1%는 개인정보 보호 교육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도 보안 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소비자들도 ‘내 정보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공유, 활용되는지 관심을 갖고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감독체계 조속히 개편해야

현재 개인정보 보호 업무는 법률에 따라 안전행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경찰청 등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다. 정부가 대통령 직속 독립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사실상 집행력이 없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의 체계적 관리 감독을 위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친화적인 개인정보 보호 제도도 개발해야 한다. 기업들이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적용받는 법이 너무 다양해 혼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규정 한국정보화진흥원 개인정보보호단장은 “개인정보 보호를 전담하는 기구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일원화된 법이나 기준에 따라 기업들이 제도를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며 “현재는 감독기관이나 관련 법률이 복잡해 기업들이 정보 보호 제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책임 부과 외에 자율 권한도 줘야

정보 보호 의무를 위반한 기업들의 제재를 강화하려면 무거워진 책임과 함께 자율 권한도 줘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부에서 일일이 규정을 만들어 제재하면 기업들이 정부 눈치만 보며 ‘소나기 피하기’ 식의 우회 대응을 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최선의 고객 보호 대책을 세우게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엄청난 벌금을 매긴다는 간단한 지침만 준다”며 “한국은 지침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지침대로 했는데도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할 경우 엄한 처벌을 내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민호 교수는 “주민등록번호에 연동된 개인정보가 과다해 이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거래에 이용되는 상용번호와 행정 목적의 관리번호로 이원화해서 실제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홍유라 인턴기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안하늘 인턴기자 고려대 영문학과 4학년
#CEO 보안의식#안전 신용사회#개인정보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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