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자기과신 강한 잡스型 CEO, 기업가치 기여도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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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공동 창업자였던 고 스티브 잡스는 자기과신(overconfidence)이 지나쳤던 최고경영자(CEO)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 경영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잡스는 이슈에 관계없이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대응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의 독특한 개성은 그를 위대한 혁신적 CEO로 만드는 데 기여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애플과 투자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자기과신은 판단 오류나 비효율성을 일으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은 인지 편향으로 간주되곤 한다. 하지만 데이비드 허슬라이퍼 교수 등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폴머러지경영대 연구팀은 자기과신이 강한 CEO들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혁신의 선도자가 된다는 점을 증명해 보였다.

이들은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스톡옵션 행사 여부 등을 기준으로 총 2577명의 미국 내 CEO를 자기과신 성향이 강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부류로 구분한 뒤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자기과신 성향을 가진 CEO가 이끄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CEO가 이끄는 회사보다 연구개발비를 27% 더 지출했고 특허 수도 28%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인용 측면에서도 자기과신이 강한 CEO를 고용한 기업이 많게는 40%, 적게는 11% 더 높은 인용횟수를 기록했다.

특히 혁신산업(에너지, 생산장비, 정보통신기술 등)의 경우 자기과신형 CEO는 기업가치 상승에 기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혁신적 투자와 성과를 통해 기업의 성장동력을 이끌어냄으로써 거둬들인 성과라는 게 이 연구의 결론이다.

매스컴에서는 종종 고집스럽고 자신감에 사로잡힌 CEO들의 경영철학과 기업의 흥망성쇠를 재미있는 소재로 다루곤 한다. 하지만 실패와 성공은 별개의 독립된 개념이 아니다. 쓰라린 실패의 가능성을 감수하지 않으면 위대한 성공의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혁신산업에서는 CEO의 자기과신이 기업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실제로 기여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애플#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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