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신소재 ‘투 트랙’ 승부수… 팔 수 없는 기술은 접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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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포스코 권오준號]<하>신성장 동력 발굴

광양 자동차강판연구센터에 전시된 초경량 차체 프레임. 포스코가 개발한 제품이다. 포스코 제공
광양 자동차강판연구센터에 전시된 초경량 차체 프레임. 포스코가 개발한 제품이다. 포스코 제공
“저게 다 5∼10년 뒤 포스코를 먹여 살릴 먹거리입니다.”

지난해 11월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11층. 김지용 포스코 상무(52·소재사업실장)가 가리킨 것은 사무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대형 인쇄물이었다. 포스코가 그룹 내 소재 계열사나 중소 협력업체들과 진행 중인 ‘중장기 연구개발(R&D) 로드맵’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든 소재부문은 꾸준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최근 4년간 씨앗을 뿌려놨으니 이제는 점차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과거 몇 년간 주력 업종과 무관한 기업을 인수하는 ‘외도’도 했지만 철강과 관련이 있는 신소재산업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포스코가 과거 영광을 되살릴 수 있는 밑밥을 미리 던져 놓았다는 얘기다.

○ 부산물 처리에서 시작

철강기업 포스코가 비철금속부문인 신소재사업에 직접 뛰어든 것은 2010년부터다. 포스코는 그해 ‘비철제련실’(현 소재사업실)을 만들었다. 리튬, 망간, 코발트, 코크스, 타르 등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부산물들을 사업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포스코는 국내 중소기술기업들과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네트워크 전략’을 택했다. 소재사업실은 일종의 ‘신소재 R&D 컨트롤 타워’ 역할인 셈이다.

포스코는 또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을 통해 포스텍(옛 포항공대) 등 대학들과의 산학협력 프로젝트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2009∼2011년 RIST 원장을 지낸 권오준 포스코 사장(64·기술총괄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산학협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가 신소재 관련 중소기업에 투자한 돈은 약 3000억 원. 포스텍기술투자가 지분 19%를 투자한 초전도 소재 생산 전문기업 ㈜서남도 그중 하나다. 이 회사는 최근 러시아 초전도 물질 생산업체인 슈퍼옥스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아 조만간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2011년 12월 보광피닉스와 합작해 설립한 포스코ESM은 LG화학에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양극재를 납품하고 있다.

○ “팔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라”

3월 회장으로 취임하는 권오준 포스코 사장의 철학은 ‘시장 가치가 있는 기술’이다. 권 사장은 2011년 포스코 기술총괄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강조해 왔다.

그래서 도입한 개념이 기존 ‘연구개발(R&D)’을 대신하는 ‘R&BDE(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 Engineering)’였다. 이익이 나고 공정이 쉬운 제품을 우선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권 사장은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경제성을 따져 수익을 낼 수 없으면 과감히 프로젝트를 접어라”라는 특명을 내리기도 했다.

권 사장의 기술철학에 따라 나온 제품이 열 방출 기능을 극대화한 발광다이오드(LED) TV용 방열강판, 영하 40도 이하의 극저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심해 구조용 에너지강재, 차체 무게를 25% 이상 가볍게 하는 전기자동차용 강판 등이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과거 한국은 품질의 일본과 가격 경쟁력의 중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한중일 기술 격차가 많이 사라졌다”며 “공급 과잉의 세계 철강업계에서 포스코가 살아나려면 오직 나만 만들 수 있는 온리 원 제품을 서둘러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매년 1.4∼1.7% 사이를 오가는 포스코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을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희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철강기업들이 더이상 철강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왔다”며 “다만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자동차, 조선 등 국내산업과 연관 있는 금속소재 분야 중심으로 R&D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박창규 기자
#포스코#권오준#철강#신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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