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낮추고… 기술 높이고… ‘철강 내실’ 다져야 미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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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포스코 권오준號]<중>선택과 집중 전략

지난해 12월 23일 화입식을 갖고 가동에 들어간 포스코의 인도네시아 자바 섬 칠레곤 시 일관제철소 전경. 포스코는 그동안 비철강 부문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했지만 철강 부문에서는 해외에 일관제철소를 직접 건설하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동아일보DB
지난해 12월 23일 화입식을 갖고 가동에 들어간 포스코의 인도네시아 자바 섬 칠레곤 시 일관제철소 전경. 포스코는 그동안 비철강 부문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했지만 철강 부문에서는 해외에 일관제철소를 직접 건설하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동아일보DB
“비축된 재력으로 신규사업 부문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2009년 2월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글로벌 경기가 불황으로 접어든 상황이었지만 정 회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취임 직후 M&A를 전담하는 전략기획실을 신설한 뒤 크고 작은 기업들을 계열사에 편입시켰다.

반면 본업인 철강 부문에서는 M&A 대신 ‘직접 건설’ 전략을 고수했다. 그는 2010년 9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포스코가 잘하는 것은 철강공장을 새로 건설하고 운영하는 것이지 M&A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05년부터 추진한 인도제철소 사업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지만 당시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인도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 회장이 ‘외도’에만 신경을 쓴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포스코의 ‘비(非)철강 부문’ 강화 전략은 결국 패착이 됐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세계경제가 불황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내실을 기하는 대신 신사업 투자를 전폭적으로 늘리면서 결국 그룹 전체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 부실기업 인수 논란도

포스코는 2010년 8월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을 3조3724억 원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계열사를 늘려왔다. 2008년 31개였던 계열사 수는 2012년 4월 2배 이상인 70개까지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부실 인수 논란’도 빚어졌다.

2010년 3월 울산에 본사를 둔 해양플랜트 모듈 제조업체인 성진지오텍을 1593억 원에 인수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 성진지오텍은 2011년과 2012년 각각 561억 원과 32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뒤 지난해 7월 기존 포스코그룹 계열사였던 포스코플랜텍에 합병됐다. 포스코의 공격적인 M&A 행보는 결국 ‘부채 증가’와 ‘실적 악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82.7%(9월 말 기준)로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5.0%다. ○ “기본으로 돌아가야”

포스코가 다른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사이 경쟁 철강업체들은 ‘업종 내 몸집 불리기’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왔다. 2006년 인도 미탈이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를 인수하면서 조강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1위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이 탄생했다. 신일본제철도 2006년 ‘산요특수제강’에 이어 2012년 ‘스미토모금속공업’까지 인수하면서 세계 2위로 올라섰다. 그 사이 2001년 세계 1위였던 포스코는 지난해 말 5위로 떨어졌다.

포스코 인도네시아 합작 제철소가 지난해 말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브라질 제철소도 내년에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이들 제철소의 연간 조강생산능력은 300만 t에 불과하다.

‘차이나 리스크’도 권오준 차기 회장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중국의 연간 철강생산량은 2009년 5억7000만 t 규모에서 2012년 7억1000만 t 규모로 3년 만에 24.2% 늘어났다. 중국 철강업체들의 급격한 증산으로 현재 세계 철강시장은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올해 산업군별 경기 전망보고서에서 “국내 철강기업들은 차이나 리스크 때문에 올해도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철강 수출액은 328억 달러로 2012년(369억 달러)보다 11.2% 감소했다. 올해도 전년 대비 0.1% 줄어들 것으로 산업연구원(KIET)은 전망하고 있다.

김주한 KIET 초청연구위원은 “권 회장 내정자로서는 주력인 철강 부문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수익성 위주로 계열사들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한편 철강사업 원가 및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강홍구 기자
#포스코#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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