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에 권오준 사장 내정, 혁신과제 짊어진 ‘엔지니어 權’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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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규모 83조 원으로 국내 재계 순위 6위(공기업 제외)인 포스코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에 권오준 포스코 사장(기술총괄장·64·사진)이 내정됐다. 포스코 이사회는 16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권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권 사장은 이사회 직후 “주주총회(3월 14일)를 거쳐 회장으로 선임되면 포스코를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 대표적 기술통…경영 경험은 공백

권 사장은 공채 출신인 이구택 전 회장이나 정준양 현 회장과 달리 경력사원으로 1986년 포스코 산하 기술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했다. 포스코 기술연구소장과 RIST 원장을 지내면서 자동차 강판용 소재로 쓰이는 트윕강, 고망간강 등 고부가가치 철강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온화한 성격이면서도 의지가 강하다는 평가가 많다. 고교 시절 부친의 사업이 부도가 나 열 식구가 방 두 칸에서 생활하면서도 학구열을 불태워 서울대 금속공학과에 진학했다.

당초 권 사장이 포스코의 차기 사령탑으로 낙점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권 사장은 기술 분야에만 계속 있었기 때문에 사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차기 회장 후보 선임 과정에 권 사장의 고교 및 대학 2년 선배인 정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술총괄장인 권 사장이 2012년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정 회장의 배려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철강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권 사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이번 차기 회장 선정의 키워드는 개혁이었기 때문에 기존 경영진은 배제했다”고 덧붙였다.

○ 실적 회복과 외압 극복이 숙제

철강 경기가 나빠지면서 포스코의 최근 실적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0년 5조470억 원에서 2012년 2조7895억 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에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조7274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4107억 원) 대비 28.3%나 감소해 ‘경영 위기론’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2008년 36개에 불과했던 계열사가 2011년 70개로 늘어나는 등 지나치게 외형 성장에 주력했던 것도 포스코의 발목을 잡고 있다.

권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또 있다. 포스코가 2000년 완전히 민영화된 이후에도 끊어지지 않고 있는 정치권의 외압을 얼마만큼 막아내느냐다. 이번 차기 회장 선정 과정을 보더라도 정치권을 의식한 포스코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포스코 이사회는 15일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날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속전속결’ 행보를 보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여러 반응이 나오기 전에 서둘러 선정 작업을 마무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약력>

△1950년 경북 영주 출생 △1968년 서울대사대부속고 졸업 △1972년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1980년 캐나다 윈저대 금속공학 석사 △1985년 미국 피츠버그대 금속공학 박사 △19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입사 △2006년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2011년 포스코 부사장(기술총괄장) △2012년 포스코 사장(기술총괄장) △2013년 3월∼ 포스코 사장(기술부문장)

김창덕 drake007@donga.com·박창규 기자
#포스코 회장#권오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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