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부메랑… 日경상수지 29년만에 최대 적자-주가 급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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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실패 위기감

일본이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를 냈다는 소식에 일본 증시가 3% 이상 급락했다. 최근 들어 성장률 등 일본 경제지표들이 줄줄이 악화되면서 ‘통화 약세로 경기를 부양한다’는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성공할 경우 한국 수출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지만 실패할 때도 국내외 경제에 더 큰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日, 경제지표 줄줄이 악화

일본 재무성은 14일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5928억 엔(약 6조466억 원) 적자로 10월(―1279억 엔)에 이어 두 달 연속 적자였다고 밝혔다. 이는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29년 만에 가장 큰 적자폭이다. 또 전문가 예상치인 3600억∼3800억 엔보다도 훨씬 컸다.

대규모 적자가 난 주된 원인은 낮은 엔화 가치다. 동일본 대지진과 이에 따른 원전 가동 중단 이후 일본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엔화 가치가 하락하자 에너지 수입 비용이 폭증했다. 반면 수출 기업들은 낮은 엔화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일본의 경상수지는 경제가 한창 기지개를 켜던 지난해 3월만 해도 월간 1조 달러 이상의 흑자를 냈지만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함께 쪼그라드는 추세다.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7∼9월) 0.3%로 1, 2분기의 1.1%, 0.9%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날 닛케이평균주가는 아베노믹스의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 때문에 전 거래일보다 3.08% 급락한 15,422.40엔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17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 하루 하락폭으로는 지난해 8월 7일(―4.0%) 이후 다섯 달 만에 최대치다. 아시아 증시에서 한국 코스피는 0.15% 하락하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86% 상승하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 소비세율 인상-美 양적완화 변수

나라 안팎의 경제상황도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낙관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우선 올해 4월로 예정된 소비세(부가가치세) 세율 인상이 큰 난관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소비세율 인상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가계소비가 위축되는 등 경기가 악화되면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비롯한 일본 자산의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해 말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갔던 미국은 최근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악화되면서 당분간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얼마 전 달러당 105엔을 넘었던 환율이 순식간에 102엔대까지 하락(달러 대비 엔화는 강세)했다. 아베노믹스가 원하던 기조와는 반대의 흐름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일본#엔화#경상수지#아베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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