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은행 CEO들 ‘따뜻한 금융’ 강조하면서… 상품 개발엔 미지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신수정 기자
신수정 기자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9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등로주의(登路主義) 등반’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최고의 산악인은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아니라 어떻게 오를 것인지 함께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 회장이 2011년 취임하며 “따뜻한 금융은 피해 갈 수 없는 거대한 시대정신”이라고 했던 화두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신년사 등을 통해 서민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을 위한 ‘따뜻한 금융’을 강조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데 따른 변화다.

문제는 실천이다. CEO들이 ‘따뜻한 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의 발걸음은 더디다. 올해 상반기(1∼6월)에 선보일 4대 사회악(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피해자를 위한 보장성 보험과 장애인 연금보험이 대표적인 사례. 수십 곳의 보험사 중 4대 사회악 보험은 현대해상 한 곳에서만, 장애인 연금보험은 서너 곳의 보험사에서만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취약 계층을 위한 상품인 만큼 보험료를 비싸게 받을 수 없어 보험사들이 망설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상품 개발에 보험사들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은행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중순 금감원이 국내 16개 은행의 서민금융 지원 활동을 평가해 5등급으로 성적표를 매긴 결과 4등급(미흡)과 5등급(저조)을 받은 은행이 여섯 곳이나 됐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금융회사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서민과 중소기업에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다”며 “이 시대가 원하는 금융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굿 컴퍼니, 착한 회사가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들은 미국의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착한 행동을 실천한 기업들이 경쟁사보다 더 높은 성과를 올리며 주식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위대한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굿(Good), 즉 ‘가치 있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눈앞의 수익에만 매몰되면 세상을 바꾸는 금융회사는 나오지 않는다. 올해는 말보다 실천으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금융회사’가 많아졌으면 한다.

신수정 기자·경제부 crystal@donga.com
#은행 CEO#따뜻한 금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