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개인정보 유출사고 때마다 경고 반복 금융당국 수장들의 ‘호통 官治’ 결과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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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종로구 KB국민카드 본사를 긴급 방문했다. 이 회사는 모두 1억 건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카드업체 3곳 중 하나다. 최 원장은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 등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금융회사는 더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14일 오후 금융지주사 회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20여 명을 긴급 소집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 동아일보DB
14일 오후 금융지주사 회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20여 명을 긴급 소집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 동아일보DB
금감원장이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하고 검사 현장을 지도한 것은 2011년 9월 권혁세 전 원장 이후 3년 만이다. 이틀 전인 14일에도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사 회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20여 명을 긴급 소집했다. 13일에는 금감원이 최종구 수석부원장 주재로 은행 카드 캐피털 등 전 금융권의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90여 명을 불러 모아 긴급회의를 열었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이런 행보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성난 여론도 달래려는 의도로 보인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금융지주사 회장단 긴급 간담회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사안의 중요성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수장들의 이런 행보에 대해 인상 쓰고 망신을 주는 ‘호통 관치(官治)’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 재발을 막는 근본 대책 같은 ‘알맹이’가 없으면 오히려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의 분위기만 만든다는 것이다. 2011년 현대캐피탈부터 지난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씨티은행까지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금융당국은 “CEO를 중징계하겠다” “내부 통제를 강화하라”고 경고했지만 사고는 늘 반복됐다.

정임수 기자
정임수 기자
재앙은 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터진다고 해서 ‘불려지환(不慮之患)’이라고 한다. 평소에 미래에 닥칠 위험에 대한 상시적인 대비를 해야 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 정보보호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 금융회사 CEO나 임원들을 불러 모을 때는 일회성 호통만으로는 부족하다. 위험 요인을 공유하고 금융권이 공동 대응하는 상시 위기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이를 금융당국 수장이 지금처럼 직접 챙기겠다는 ‘알맹이’도 내놨어야 하는 건 아닐까.

정임수 기자·경제부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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