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소비의 법칙, 남성용품-세트상품 기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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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기구-오디오-침구세트… 2013년 매출 감소 두드러져

불황에 사람들이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 품목은 고급 제품, 남성용품, 묶음(세트)상품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불황기 소비 패턴을 알아보기 위해 국내 대형마트에서 지난 한 해 동안 판매액이 가장 많이 줄어든 제품을 분석했다.

5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액 감소율이 가장 큰 제품은 헬스기구(―53.7%), 오디오(―48.9%), 침구세트(―48.8%), 자연 조미료(―31.2%), TV(―28.7%)의 순으로 나타났다. 헬스기구, 오디오의 판매액 감소가 두드러진 것은 취미와 관련해 당장 필요하지 않은 고가(高價) 제품 구입을 늦추려는 경향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헬스기구와 오디오는 최근 3년간 판매 부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1년 매출을 100으로 봤을 때 헬스기구는 2012년 59.6, 2013년 27.6으로 줄었다. 오디오는 2012년 70.8, 2013년 35.3으로 매년 매출이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트레드밀(러닝머신) 같은 헬스기구의 판매액 감소가 두드러진 데 반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는 소품인 헬스용품 판매는 오히려 전년보다 16.4% 늘어났다. 유통업계는 이에 대해 기본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선호하는 ‘백 투 베이직(back to basic)’이 불황형 소비의 특징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요리에 넣는 조미료 중 가격이 비싼 자연 조미료(―31.2%)가 가공 조미료(―17.2%)보다 판매액 감소 폭이 훨씬 컸다. 인테리어용품 중에서는 장식용품(―16.3%)의 매출 역신장이 두드러졌다. 청소용품 중에서 진공청소기는 ―15.5%로 매출이 줄었지만 빗자루 쓰레받기 등은 찾는 이들이 많아 판매액이 11.4% 늘어났다.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지갑을 먼저 닫는 경향도 드러났다. 남성의류(―12.7%)의 판매액 역신장률이 여성의류(―5.1%)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겨울 내의 판매가 잘됐던 지난 한 달 동안의 매출을 살펴보면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해진다. 여성내의는 13.1%, 아동내의는 27%가량 매출이 늘어났지만 남성내의만 ―35.2%로 크게 줄어들었다.

묶음보다는 단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침구세트(―48.8%) 매출은 크게 떨어진 반면 같은 카테고리의 단품 제품들은 12.5%로 매출이 오히려 늘어났다. 매트리스 커버, 베개 커버 등 꼭 필요한 낱개 제품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은 이런 점에 착안해 주로 묶음상품으로 내놓던 라면, 맥주 등을 지난해 하반기(7∼12월) 이후 낱개 제품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장기 불황 기조로 인해 신선식품 중에서도 가격이 비싼 친환경 채소가 잘 안 팔리는 등 꼭 필요하지 않은 분야의 소비를 억제하고 기본 용도에 충실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불황기#소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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