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한국맥주, 알고보니 酒稅도 한몫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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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제품 제조원가 높아 세금 더 내… 맛 차별화-제품 다양화 시도 힘들어
“세율 낮춰 시장진입 도와야” 주장

맥주 세금 천차만별 맥주에 붙는 세금(주세)이 캔 겉면에 붙어 있다. 국내 중소기업 맥주(가운데)에는 
710원의 주세가 붙어 가장 세금이 많은 반면 수입 맥주(왼쪽에서 첫 번째, 두 번째)는 381원과 212원으로 절반에 불과하다.
 국내 대기업 맥주(왼쪽에서 네 번째, 다섯 번째)에는 395원의 세금이 붙어 있다.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17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처럼 중소기업 맥주에 과도한 주세가 부과되고 있다며 주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홍종학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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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세금 천차만별 맥주에 붙는 세금(주세)이 캔 겉면에 붙어 있다. 국내 중소기업 맥주(가운데)에는 710원의 주세가 붙어 가장 세금이 많은 반면 수입 맥주(왼쪽에서 첫 번째, 두 번째)는 381원과 212원으로 절반에 불과하다. 국내 대기업 맥주(왼쪽에서 네 번째, 다섯 번째)에는 395원의 세금이 붙어 있다.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17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처럼 중소기업 맥주에 과도한 주세가 부과되고 있다며 주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홍종학 의원실 제공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 지난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은 우리나라 맥주 맛에 대해 이처럼 혹평했다. 북한 대동강 맥주를 구하기 어렵고 맥주에 대한 개인의 기호 차(差)가 있는 만큼 이 주장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국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국산 맥주 종류가 많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월 출고량 기준으로 국내 맥주시장에서 OB와 하이트의 점유율은 각각 53.6%와 42.8%에 이른다. 맥주시장의 96.4%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3.3%는 수입 맥주이고, 0.3%는 하우스 맥주다.

한국 맥주시장의 다양성이 크게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현행 주세(酒稅) 체계가 꼽힌다. 현재 맥주에 매겨지는 세금은 제조원가와 이윤을 더한 과세표준액에 72%의 주세율을 부과하고 거기에 다시 교육세 30%를 부과해 계산한다. 대량으로 원료를 구입하는 대기업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판촉 등에 드는 비용 때문에 제조원가가 높은 중소기업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18일 민주당 홍종학 의원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맥주(355mL)에는 세금이 395원, 수입 맥주(350mL)에는 224원이 부과되는 반면 국내 중소기업 맥주(355mL)에는 710원의 세금이 매겨진다. 대기업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세금 장벽’ 때문에 가격 경쟁력마저 잃고 있는 셈이다.

중소업체 관계자들은 대기업에 유리한 세금 부과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국내 맥주시장에 최근 에일 맥주(맥주통 위쪽에서 18∼25도로 발효시킨 것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고 맛이 진한 것이 특징)를 내놓은 김강삼 세븐브로이 대표는 “매달 1억 원어치를 팔면 절반에 가까운 4900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 중소업체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대기업 위주인 국내 맥주시장에서 좋은 품질의 맥주를 만들어 차별화하려는 노력 자체를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1월 ‘맥주업체 독과점 해소를 위한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현 세금체계는 원가 부담이 큰 중소업체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세율을 차등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시장에서 OB맥주와 하이트맥주의 양강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최근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수입 맥주의 점유율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총 7359만 달러(약 790억 원)어치, 7475만 L의 맥주가 수입됐다. 5년 전인 2008년(3937만 달러어치, 4319만 L)과 비교하면 각각 86%, 73% 늘어난 수치다.

홍 의원은 “제품 출고가격에 72%의 단일 세율을 적용하지 말고 중소기업에는 최소 30% 이하로 세율을 낮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올해 4월 이런 내용의 주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기획재정부는 과세표준만 일부 인하한 개정안을 올해 세제개편안에 포함시켰다.

홍 의원은 “(과세표준만 인하한) 정부의 정책을 적용하면 중소기업 맥주 출고가격을 200원가량 인하하는 효과밖에 없다”며 “세율을 인하해야 더 많은 중소기업이 시장에 들어와서 다양한 맥주가 시장에 공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승택·김범석 기자 hstneo@donga.com
#맥주 세금#한국맥주#맥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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