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태양광… 에너지시장 재편, 글로벌갈등 조정 리더십 키울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세계에너지총회 10월 대구에서 개막

2010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21회 세계에너지총회(WEC)에서 주요국의 에너지 담당 부처 장관과 에너지 관련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올해 세계에너지총회는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10월 한국에서 열린다. 대구세계에너지총회 조직위원회 제공
2010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21회 세계에너지총회(WEC)에서 주요국의 에너지 담당 부처 장관과 에너지 관련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올해 세계에너지총회는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10월 한국에서 열린다. 대구세계에너지총회 조직위원회 제공
세계 에너지 지도가 재편되고 있다. ‘제2의 석유’로 꼽히는 셰일가스의 등장, 태양광발전 등 신(新)재생 에너지 비중의 확대로 수십 년간 중동 산유국과 선진국이 구축했던 에너지 시장의 무게중심이 아시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에너지 권력의 이동은 한국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과 탄소 감축 등을 놓고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경쟁과 갈등이 심화되면서 두 진영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의 에너지 리더십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10월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에너지총회(World Energy Congress·WEC)’는 첫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아시아로 이동하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

최근 에너지 시장의 최대 화두는 셰일가스를 비롯한 대체 에너지 개발이다. 셰일가스는 진흙의 퇴적암층인 셰일층에 갇혀 있는 천연가스를 말한다. 유전이나 가스전에서 뽑아내는 기존 가스와 화학적 성분이 같아 난방용 연료나 석유화학 원료로 쓸 수 있다.

셰일가스 혁명의 중심에는 미국과 중국이 있다. 미국 내 가스 생산에서 셰일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3분의 1 수준까지 늘어났으며 2040년에는 절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셰일가스 매장량 1위를 자랑하는 중국도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셰일가스발전계획’을 설정해 지난해 500만 m³인 셰일가스 생산량을 2015년에 65억 m³, 2020년에는 600억∼1000억 m³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석유에서 셰일가스 등 대체에너지로 이동하는 에너지 공급 권력을 놓고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주요 2개국(G2) 간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소비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사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이 에너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 실제로 미국의 석유소비가 뒷걸음질치는 사이 중국은 지난해 12월 원유 수입량이 하루 평균 612만 배럴에 이르러 같은 기간 598만 배럴을 수입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특히 중국 인구는 미국의 5배가 넘지만 1인당 석유 소비량은 아직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어 서부개발과 중산층 소득 증대 등 내수시장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정부 출범으로 중국 석유 소비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시장에서 동북아시아의 중요성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전 세계 소비량의 30%를 차지하는 상황.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대구WEC, 한국 에너지 리더십 확대 기회”

세계 최대 에너지 국제회의인 세계에너지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도 이 같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1924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열린 뒤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세계에너지총회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5년 일본에 이어 18년 만이다.

크리스토프 프레이 세계에너지협의회 사무총장은 한 기고문에서 “에너지 산업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며 “아시아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총회가 아시아 국가에서 열리게 된 것은 적절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두 개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다른 에너지 회의와 달리 이번 세계에너지총회에서는 셰일가스 개발의 영향, 석유시장의 지속가능성,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 전망, 탄소 감축과 같은 환경문제 등 당면한 에너지 이슈가 총망라된다.

세계에너지총회는 에너지 시장에서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에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원자력발전과 녹색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선진국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에 전력산업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한국은 환경문제 등을 놓고 갈등관계에 있는 선진국과 신흥국을 중재할 수 있는 국가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이번 총회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존재감을 다지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 오일 허브’ 사업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석유 유통시장은 미국 걸프 만과 유럽의 벨기에-네덜란드, 싱가포르가 삼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과 함께 아시아 석유시장에서 싱가포르의 영향력이 동남아 지역으로 축소되고 있어 동북아 지역을 주무대로 한 새로운 석유 유통시장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여수와 울산에 건설되는 대규모 석유 저장시설을 무기로 싱가포르에 이은 세계 4대 오일허브를 국내에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총회에는 평소 대외행사에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회사 최고경영자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과의 협력관계를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종호 대구세계에너지총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번 총회는 에너지 및 관련 분야의 세계적인 인사들과 한자리에서 교류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며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여 글로벌 허브로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세계에너지총회#에너지시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