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제재 기준 몇 %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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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시행령 앞두고 재계 촉각
30%일땐 총 405곳서 195곳으로 줄어… 삼성SDS 빠지고 SK C&C 포함돼 논란
공정위 “사회적 문제된 곳 모두 포함”

그룹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과연 어디까지를 규제 대상으로 삼느냐에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행령에서 정할 총수 일가 지분 등에 따라 같은 업종, 같은 그룹이더라도 규제를 받을 수도, 받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총수 지분에 따라 희비 엇갈려

2일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대기업이 △총수 일가의 지분이 대통령령에서 정한 비율 이상인 계열사와 거래할 때 이 법의 규제 대상이 된다.

일단 자산총액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기준을 준용해 ‘5조 원 이상’으로 정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법 개정 후 대한상공회의소가 집계한 현황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계열사는 모두 1519곳이다. 이 가운데 총수 일가가 지분을 한 주라도 갖고 있는 계열사는 모두 405곳이다.

원칙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405개 계열사 모두를 규제 대상으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총수 일가 지분이 많지 않을 경우 계열사와의 거래로 총수 일가가 얻는 이익이 미미하기 때문에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긴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가 1∼2% 지분을 가진 계열사까지 규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공정위가 총수 일가 지분 30%를 기준으로 정한다면 규제 대상은 405곳에서 195곳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로 그룹 내 전산 업무를 맡는 삼성SDS(총수 지분 17.2%), LG CNS(1.4%) 등은 제외된다. 반면 같은 업종인 SK C&C(48.5%)는 규제 대상에 포함돼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 법안은 과잉 입법”이라는 재계의 주장을 감안해 공정위가 기준을 50%로 올리면 규제 대상 기업은 131곳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SI 업체들은 물론이고 삼성에버랜드(46.0%), 현대엠코(35.1%) 등 그동안 문제가 됐던 기업들이 대부분 제외돼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반발할 공산이 크다.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만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면 규제 대상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를 도맡아 온 이노션 등 55곳만 해당된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 공정위 “문제된 곳은 모두 포함”

공정위는 비율을 어떻게 정하든 ‘봐주기 논란’이 불가피한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최근 일감 몰아주기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은 모두 포함하는 선에서 기준을 정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공정위 관계자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곳들은 모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SK C&C 등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 덕분에 매출이 10년 동안 30배가량 늘었다. 감사원이 4월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을 대상으로 대기업 증여세 과세 여부를 감사한 결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금 배당 등을 통해 약 2조 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이노션은 2005년 설립 이후 현대차그룹의 광고를 맡으며 8년 만에 업계 2위로 급성장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태원 SK㈜ 회장과 동생 최기원 씨가 주요 주주인 SK C&C도 그룹의 정보기술(IT) 부문을 독점하면서 인건비와 유지보수비를 높게 책정해 총수 일가에 3조1749억 원의 이익을 안겨줬다.

경제계는 공정위가 밝힌 ‘문제된 곳을 대부분 포함하면서 과잉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기준을 30% 안팎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 논의 과정에서 공정위가 부당거래에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하는 기준을 30%로 제시한 것을 참고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년 1월 법이 시행되는 만큼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해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분이 기준 이하면 아예 처벌을 안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율을 높게 가져가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혀 비율을 경제계의 예상보다 낮은 10∼20% 수준으로 낮출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시행령 개정 이후 규제 대상에 포함된 계열사 간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가 적발되면 지원한 회사와 혜택을 받은 회사 모두 매출액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내야 한다.

장원재·박창규 기자 peacechaos@donga.com
#일감몰아주기#공정거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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