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가 미래다]지혜를 모으면 절전가능… 최악의 블랙아웃을 막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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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전력난… 공기업·민간기업 치열한 에너지 감축노력 현장

#1.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동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SK케미칼 연구소. 건물 로비의 천장에는 유리창이 있다. 건물 온도를 높이는 직사광선은 반사시키고 자연 채광을 위한 햇빛만 통과시키는 장치다. 실내 온도가 오르면 이 유리창이 자동으로 열려 더운 공기를 밖으로 내보낸다. 결과적으로 냉방전력 소모량이 줄어든다. 건물 로비의 벽에는 폭포처럼 물이 흐르는 ‘벽천’이 설치됐다. 건물 내에서 사용한 물을 재활용하는 것으로 실내 온도를 낮추는 기능을 한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이 연구소 건물에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친환경 기술이 100여 개 적용돼 ‘에코 랩’이라 불린다”며 “지난해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은 약 7000MWh(메가와트시)로 비슷한 크기 건물 에너지 소비량의 절반에 그쳤다”라고 말했다.
   
#2. 한국석유공사는 올해 7∼8월 근무 시간을 2시간씩 앞당기는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을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인 근무시간은 7월부터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로 바뀐다. 일찍 퇴근해서 사무실 내 에너지 소비를 낮추기 위해서다. 석유공사는 서머타임을 실시하는 기간 중 오후 2∼5시에 에어컨을 약하게 켜서 실내 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고객과 만나는 빈도가 적은 부서의 직원들은 반바지나 슬리퍼를 착용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석유공사는 이런 방법을 통해 올여름 전력 사용량을 지난해보다 15% 이상 줄일 계획이다.  
최근 공기업, 민간기업들이 잇따라 전력 절감에 돌입했다. 부품 서류가 위조된 원자력발전소 3기의 가동이 중단된데다 무더위가 이어진 탓에 사상 최악의 여름 전력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당기고 벤치에서 일하고

한국전력은 LG전자와 손잡고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시간에 백화점과 사무용 빌딩에 설치된 ‘시스템에어컨’의 온도를 조절하는 사업을 시범 실시한다. 공기업과 대기업이 제휴해서 전력 수요관리 사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스템에어컨은 여름철 냉방 과부하의 주범으로 꼽힌다. 한전은 전력부하 관리 서버를 LG전자의 시스템에어컨 원격통합관리시스템(TMS II)과 연계했다. 이를 통해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에는 에어컨의 온도를 조금 높이거나 바람의 강도를 낮추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온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한전 전력수급실 관계자는 “이달부터 9월까지 사업을 시범 실시한 뒤 본(本)사업에서는 참여 기업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백열등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교체하기, 오후 2∼5시에 에어컨 30분간 끄기, TV 1대 끄기 등의 내용을 담은 ‘절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국민 1000만 명이 100W의 전력을 줄여도 원전 1기분에 해당하는 100만 kW의 전력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들도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갖가지 대책을 수립했다. 공공기관들은 7∼8월 피크시간(오후 2∼5시)대에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는 등의 방법으로 월간 전력사용량을 작년 동월 대비 15% 이상 감축하고 피크시간대에는 20% 이상 줄여야 한다.

한국동서발전은 시원하지 않은 사무실을 벗어나 사내 벤치 등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머 쿨 워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전력사용량이 비교적 적은 오전 8∼10시, 오후 5∼6시에 PC를 집중 사용하고, 점심시간에 10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PC의 전원을 끄기로 했다.

한국남동발전은 8월까지 발전소의 사무실 조명을 전력소모가 적은 LED 조명으로 바꾸기로 했고, 한국서부발전은 낮 12시 이후 전력 사용량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점심시간을 오전 11시로 당겼다.

공장 가동 줄이고 차세대 에너지사업 투자

민간 기업들도 에너지 감축 노력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GS칼텍스는 공장 운전시간을 조정하고 불필요한 전원을 차단하는 등 전력 수요를 줄이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아끼고 있다. 특히 자체발전기를 최대한 활용해 전력사용량을 분산시키고 전력피크 시간대에는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회전기기 가동을 자제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 중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포스코는 8월에 작업을 줄이고 자체 발전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북 포항제철소 내 스테인리스 공장과 전남 광양제철소 내 하이밀 공장의 가동률을 줄이고, 전기로를 교차 가동한다. 또 포스코 특수강은 전기로 2개를 교차 가동하고 10월에 예정된 설비 수리일정을 8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에너지 절감을 위한 공정효율 개선 등에 2015년까지 1조5000억 원을 쏟아 붓기로 했다. 또 8월 중 전력피크 시간대에 계열사별로 전력사용량을 3∼20% 줄이고 사무실에서도 총력 절전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고효율 램프 교체 △지상 및 지하 주차장 절전 △전력사용 피크시간대 냉방기 가동자제 등의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또 통상 7∼8월 2개월에 걸쳐 실시하던 하절기 복장 착용기간을 올해는 6월 초부터 9월 말까지 4개월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충남 아산공장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지붕형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전력난으로 그린 에너지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신규 사업인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곳으로 전송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그리드의 핵심 장치다. LG화학은 제주도에서 진행되는 스마트 그리드 실증 사업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낮 동안 태양광 설비를 활용해 전기를 저장했다가 밤에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연구를 포함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11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하루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온실가스·에너지관리시스템(GEMS)’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842만4000t에서 지난해 820만 t 수준으로 줄였다.

김유영· 김창덕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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