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의 ‘떡장수 보험論’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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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팔기보다 맛있는 떡 제공해야”

전남 여수에서 교보생명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김현숙 씨(49·여)는 매일 4명 이상의 고객을 만난다. 새 계약을 맺기 위한 고객이 아닌 기존 고객들이다.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달이나 생일이 있는 달이면 직접 찾아가 상담을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이렇게 만난 기존 고객은 약 1000명. 고객을 만나면 가입한 보험 내용을 다시 설명해준다. 그동안 사고나 질병이 없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최근 김 씨는 5년 전 허리 수술을 받고도 챙기지 못한 고객의 보험금 150만 원을 찾아주기도 했다.

교보생명의 모든 보험설계사는 김 씨처럼 자신의 고객들을 수시로 만난다. 이것은 교보생명이 2011년 6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평생든든서비스’다. 모든 고객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상담해주는 일종의 애프터서비스다.

평생든든서비스에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60·사진)의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신 회장은 “보험에 가입할 때는 간이라도 빼줄 듯하다가 가입하고 나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영업 관행 때문에 보험사의 신뢰가 떨어졌다”고 꼬집는다.

평생든든서비스는 기존 고객을 1년에 한 번 이상 만나는 것이 목표다. 지난 2년 동안 약 200만 명의 고객이 이 서비스로 상담을 받았다. 전체 고객 중 약 60%에 해당한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보험 하나 더 팔려고 온 줄 알고’ 부담스러워하는 고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보험설계사들이 고객이 빠뜨린 보험금까지 챙겨주자 반응은 바뀌었다.

제도 시행 후 고객이 놓친 보험금을 찾아준 것이 3만여 건, 액수로는 170억 원에 달한다. 보험 가입 후 25개월째 계약을 유지하는 비율도 크게 상승했다. 제도 시행 전인 2011년 5월 60.8%였던 유지율은 올해 4월 72.2%로 뛰었다.

제도가 효과를 거둔 데는 신 회장이 지속적으로 보험설계사들에게 서비스 취지를 설명하고 독려한 게 컸다. 지난해 5월 ‘교보생명 고객보장대상’ 시상식에서 신 회장이 당시 TV 개그 코너인 ‘감사합니다’를 패러디해 설계사들을 격려한 것은 아직까지 회자된다. 그는 흰색 정장에 검은 선글라스까지 갖추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평생든든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설계사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며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진정한 떡장수는 단순히 떡을 많이 파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떡을 고객에게 제공할까 고민하고 노력하죠. 그 대가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떡을 파는 것입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신창재#교보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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