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ossible? I’m possible! ‘서비스의 神’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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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호텔 ‘골든키 컨시어지’ 3인방

‘모든 문제의 열쇠를 쥔 사람’이란 뜻을 가진 ‘골든키’ 배지를 단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의 컨시어지 삼총사. 이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고객의 요청을 해결하기 위해 뛰는 만능해결사다. 왼쪽부터 박선일 매니저, 박병갑 캡틴, 김영곤 사원.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모든 문제의 열쇠를 쥔 사람’이란 뜻을 가진 ‘골든키’ 배지를 단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의 컨시어지 삼총사. 이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고객의 요청을 해결하기 위해 뛰는 만능해결사다. 왼쪽부터 박선일 매니저, 박병갑 캡틴, 김영곤 사원.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비즈니스 미팅 장소나 차편 안내, 골프 스케줄 예약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때로는 여행 가이드나 공연·쇼핑 전문가로 변신하고 급할 땐 응급요원에 대리기사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일명 ‘서비스의 신’이라 불리는 이들은 호텔의 컨시어지(안내원·집사)다.

22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에서 이 호텔의 컨시어지 3총사 박선일 컨시어지 매니저(37)와 박병갑 캡틴(35), 사원 김영곤 씨(31)를 만났다. 모두들 반짝이는 ‘골든키’ 배지를 달고 있다. ‘모든 문제의 열쇠를 쥔 사람’이란 뜻을 담은 이 배지는 세계컨시어지협회가 호텔 경력 최소 5년(컨시어지 3년) 이상인 호텔리어를 대상으로 최소 4년간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 인증해주는 자격이다. ‘호텔의 꽃’으로 불리는 이들은 국내에 단 15명밖에 안 되며 한 호텔에 골든키 컨시어지가 3명인 것도 여기뿐이다. 흔히 비서나 집사라는 개념으로 이해되는 컨시어지의 역할에 대해 김 씨는 “자판기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도덕적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고객이 요청하는 모든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주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TV드라마 ‘직장의 신’에 나오는 미스 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만능해결사’다.

오전에는 미팅 장소와 교통편에 대한 비즈니스 투숙 고객들의 문의가 쏟아진다. 급하면 운전대까지 직접 잡아 무사히 고객을 보내고 나면 관광·쇼핑 정보를 묻는 고객들이 찾아온다. “정장을 사려는데 괜찮은 브랜드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박 캡틴이 브랜드 콘셉트부터 원단 수준, 헤드 디자이너의 철학까지 줄줄 읊는다. 저녁에는 식사, 공연, 놀거리에 대한 문의가 많다. 발품 팔아 얻은 ‘뜨는 맛집’ 정보에 정통한 김 씨는 인터넷에 없는 고급 정보들을 제공한다. 밤이 깊어지면 약이나 병원을 찾는 응급환자들이 나온다. 박 매니저는 “직접 운전해 응급실로 이송하고 결과가 나오는 새벽까지 고객 곁을 지킨 날이 수도 없이 많다”고 말했다.

물론 엉뚱한 요청도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최근에는 스코틀랜드에서 온 한 60대 관광객이 “북한을 여행하고 싶으니 교통편을 알아 봐 달라”고 의뢰해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불가능하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텔레비전에서 봤는데…”라며 미심쩍어하는 고객에게 한국관광공사를 연결해 공식적인 설명을 듣게 해줬다.

인터넷이 발달했지만 여전히 가장 정확한 정보는 아날로그 방식에서 나온다. 인터넷에서 본 정보를 제공했다가 폐업했거나 휴무라 고객이 헛걸음이라도 하게 되는 일은 이들에겐 악몽이다. 박 매니저는 “인터넷은 죽은 정보가 떠다니는 곳”이라며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지역 탐방을 나서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많이 알수록 좋은 직업 특성상 틈틈이 와인, 커피, 패션 등에 대한 공부도 계속한다.

사실 컨시어지는 감정노동에 따르는 어려움을 피하기 어려운 직업이다. 최근 ‘갑을’ 이슈로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감정노동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지만 어느 곳보다 고객 응대가 까다로운 곳이 호텔이다. 누구나 ‘왕’이 되고 싶어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이 원하면 모두 해결해준다’는 모토를 가진 컨시어지는 일부 막무가내 고객으로 인한 고충을 겪을 때가 많다. 하대를 하며 슈퍼마켓 심부름까지 시키는 고객들도 있다. 그래도 가능한 것은 처리해주는데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요청을 하는 이들도 있다. 완곡히 불가능하다고 알려도 면전에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은 뒤 ‘특급호텔이 겨우 이 정도냐’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한다. 이럴 땐 아무리 골든키 컨시어지라 해도 온몸에서 힘이 빠지고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이들은 열심히 습득한 정보와 경험으로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데서 큰 매력을 느낀다. 도움을 주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다보니 투숙 고객이 아니라도 요청을 뿌리치지 못한다.

김 씨는 무작정 호텔에 들어온 우즈베키스탄 노부부의 부탁을 자비로 해결해준 적이 있다. 한국인에게 시집온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왔다가 귀국하는 길인데 미처 전해주지 못한 물건을 택배로 부쳐 달라는 내용이었다. 주소를 알아보기 어려워 여러 번 반송됐지만 결국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김 씨는 “한 달 뒤 딸과 사위가 찾아와 비뚤비뚤한 한글로 노부부가 쓴 감사편지를 전해줬다”며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돕는다’는 컨시어지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에는 30, 40대 젊은 컨시어지가 대부분이다. 이들 3총사의 꿈은 나이가 지긋해져서도 고객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컨시어지로 남는 것이다. 박 매니저는 “고객들이 인생에서 느끼는 어려움까지 상담할 수 있는 연륜 있는 컨시어지가 될 수 있도록 오래도록 이곳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임피리얼 팰리스#골든키 컨시어지#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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