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삼성 주력, 스마트폰→바이오산업 바뀔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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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硏 소장 인터뷰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이 한국 기업들의 미래예측 역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기업 경영자가 미래의 방향은 옳게 예측하더라도 변화의 속도를 잘못 예측하면 회사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이 한국 기업들의 미래예측 역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기업 경영자가 미래의 방향은 옳게 예측하더라도 변화의 속도를 잘못 예측하면 회사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구호에서 보듯 한국인은 역동적이며 변화에 빨리 적응한다. 그 대신 미래를 길게 보고 차분히 대비하는 데에는 선진국만 못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올해와 내년, 길게는 5년 앞 정도만 내다보면서 경영 계획을 세운다. 10년, 20년의 장기 전략은 최고경영자 개인의 통찰력과 의지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다.

국내에 흔치 않은 미래학자인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42)은 더 늦기 전에 기업들이 미래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기술과 시장은 점점 더 빨리 변하는데, 최고경영자들의 개인적인 예측 능력이 계속 들어맞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8호(5월 1일자)에 게재된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한국 기업들의 미래 예측 능력은 어떤가.

“대기업들은 경제경영 분야의 연구소를 갖고 있다. 하지만 미래 연구소는 없다. 사실 미래학이 처음 한국에 들어온 건 1960년대다. 나름대로 역사가 깊다. 하지만 군사정부하에서 경제개발계획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미래학은 크게 힘을 못 썼다. 기업들은 선진 기업들을 벤치마킹하면서 따라가기만 하면 됐으니 따로 미래 예측에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이 되면서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선도그룹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1등이 된 기업들은 이제 스스로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셸, GE, 지멘스, IBM 같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은 내부의 미래 예측 팀에 앞을 내다보는 ‘눈’의 역할을 맡기고 있다. 우리에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런 기업들의 미래 예측 보고서는 한국 정부에서 내는 것보다 훌륭하다. 현재 한국 정부나 민간연구소에서 하는 건 미래 예측이라기보다는 소비 트렌드, 문화 트렌드 같은 트렌드 예측 수준이다.

―미래를 예측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방향도 중요하지만 그 변화의 속도를 잘 봐야 한다. 보통 사람은 내게 불리하게 보이는 것은 늦게, 내게 유리하게 보이는 것은 빨리 올 것이라 느낀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위기가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가 생각보다 늦게 온다고 가정해야 한다. 속도에 대한 예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위기에는 너무 느리게 대응하고 기회에는 너무 빠르게 대응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웅진그룹처럼 그 두 가지 실수를 한 번에 한다. 웅진은 건설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했다가 회사가 공중 분해됐다. 건설업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너무 느리게 생각했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는 기회가 오는 속도를 너무 빠르게 봤다. 전형적인 속도 판단의 실수다. 새로운 산업에 뛰어들기로 한 결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기보다는 속도에 대한 감이 잘못됐다. 만약 웅진에 미래예측 부서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거다.

또 변화의 시작은 내 생각보다 빠르고 변화의 완성은 내 생각보다 느리다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 없이 도로를 달리는 무인자동차의 개발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구글은 5년 안에 제품을 출시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50년 후면 모두가 무인자동차를 타겠네’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기술이 완성되는 것은 50년보다 훨씬 뒤일 수도 있다. 경영자는 이러한 속도감만 잘 가지고 있어도 미래에 대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일류 기업이 된 데는 이건희 회장이 강조하는 위기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 회장의 위기 예측은 실제로 잘 맞는다. 그는 어떤 점이 특별한가.

“이건희 회장은 세계를 돌아다니고 많은 독서를 하면서 방대한 지식을 쌓았고 경영 일선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삼성과 관련해서는, 또 본인이 관심 있는 산업과 관련해서는 리스크를 잘 잡아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동물적인 감각이라기보다는 경험에서 나온 능력이다.”

―삼성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회장이 생전에 삼성을 미래형 산업으로 다 전환시킬 것이라 본다. 그 작업은 자식들에게 넘기지 않고 자기 대에서 끝낼 것이다. 스마트폰 사업은 2020년 이후로는 할 수 없다. 그때는 삼성의 주력산업이 바이오 생명산업, 특히 바이오 하드웨어 쪽이 될 것이다. 무인자동차도 삼성이 택할 수 있는 좋은 돌파구다. 변하지 않으면 삼성도 노키아 꼴이 날 수 있다. 기업이 무너지는 건 어렵지 않다. 천하의 노키아도 5년 동안 헤매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소니는 10년 전만 해도 최고였지만 지금은 본사 건물을 파는 처지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매출 201조 원 정도를 올렸는데 이는 삼성그룹 전체 매출의 거의 60%에 달한다. 게다가 삼성전자 순이익의 65%가 스마트폰에서 나왔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스마트폰 하나가 무너지면 삼성은 무너진다. 삼성도, 이 회장도 그걸 알고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도 보통 사람이 못 보는 위기를 본다.”

―2020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많은 사람들이 2020년경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본다. 그것도 하나의 시나리오지만 나는 2040년 이후라 예측한다. 2020년에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예측은 과거 몇 년 동안의 패턴이 미래에도 계속될 거라는 전제에서 나왔다. 중국이 과거 몇 년간 9%대의 성장을 했고 지금도 7% 정도는 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갈 거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중국 안에서도 이미 4, 5년 안에 성장률이 4%대로 반 토막 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반면 미국은 금융위기 때문에 몇 년간 휘청거렸지만 성장률이 다시 1∼2%대로 올라갈 수 있다. 그렇게 따져보면 2040년이 돼야 경제규모 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설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도 높다. 지난 10년 동안은 미국과 유럽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사고를 쳤다면 2015년 이후부터는 한국, 중국, 일본이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중국과 한국은 개인 부채가 많고 일본은 국가 부채가 많다.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다. 언제 터질 것이냐의 문제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8호(2013년 5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YG엔터의 유니레버 따라하기

▼ DBR 케이스 스터디


사업 확장으로 기업이 보유한 브랜드가 늘어나면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도 이에 맞게 바꿔야 한다.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도 싸이, 빅뱅, 2NE1, 이하이 등 대형 스타가 늘어나면서 일관성 있는 브랜드 관리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개별 연예인과 회사 브랜드와의 관계 설정이 애매해졌다. YG엔터테인먼트는 6개월 동안 회사의 정체성을 살리고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도 망가뜨리지 않는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도브, 립톤 등 다양한 제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유니레버처럼 회사의 브랜드는 튀지 않게 유지하면서 각 브랜드(연예인)로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집합형 브랜드 전략’을 세웠다.


P&G의 ‘올레이’ 고급화 전략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업의 전략 담당 부서는 대체로 객관적인 수치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접근을 해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때도 많다. 수학 문제의 정답처럼 단 하나의 전략을 결정하기보다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따져보고 향후 발생할 걸림돌을 미리 점검해보는 접근법이 더 바람직하다. 실제 P&G는 1990년대 말 피부관리 분야의 고급 브랜드를 만들 때 기존 대중 브랜드(올레이)의 고급화와 경쟁 브랜드 인수 등 여러 가능성을 검토한 뒤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올레이의 고급화를 선택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실행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를 차례로 채워가는 전략은 올레이를 큰 성공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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