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국내 사진계 마에스트로 구본창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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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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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남과 다른 앵글로 세상을 보라”

구본창 사진작가는 “창의성은 결국 남과 다르게 해석하려는 노력”이라며 “선입관을 갖지 않고 새로운 해석을 내릴 때 창의성이 발현된다”고 강조했다. 구본창 사진작가 제공
구본창 사진작가는 “창의성은 결국 남과 다르게 해석하려는 노력”이라며 “선입관을 갖지 않고 새로운 해석을 내릴 때 창의성이 발현된다”고 강조했다. 구본창 사진작가 제공
구본창 사진작가(60)는 1980년대 중반 추상화 같은 작품세계를 보여주며 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과거 국내 사진작가들은 가난한 길거리 사람들과 탑골공원 노인 등을 보여주는 ‘기록의 미학’에 충실했다. 당시 구 작가에게 “외국의 유행을 포장하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외 전문가들은 구 작가를 한국의 현대사진을 정착시킨 대표적 예술가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작가의 눈으로 사물을 새롭게 해석하고 변화를 시도했다. 그의 예술 세계는 매번 새롭고 창의적인 도전을 해야 하는 현대의 경영자들에게 좋은 통찰을 준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7호(4월 15일자)에 게재된 인터뷰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작품이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작가는 작품의 성공을 위해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작품에 대한 선호가 따라 오는 것이다. 하지만 구태여 그 이유를 말한다면 제 사진에는 다른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 잃어버린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가 들어있는 것 같다. 이해하기 어려운 다른 현대적인 작품보다는 제 작품이 감성적으로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 영화 포스터, 광고사진 등 상업사진으로 먼저 대중과 친해진 게 도움이 됐다.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1987년)과 임권택 감독의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년), ‘장군의 아들’(1990년), ‘서편제’(1993년) 등의 영화 포스터를 찍었고 소설가 신경숙과 최인호 씨가 책을 낼 때도 내 사진이 쓰였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국내에서 찍었지만 ‘버터 냄새’가 나게 찍었다. 촌스럽지 않게. 사대주의랄 수도 있지만 과거에는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을 많이 했다. 1980년대까지는 국내 사진에서 현대적인 감성은 부족했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일종의 세련미랄까, 서양에서 통용되는 기법을 한국에 도입하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작품에서 촬영의 대상이 된 모델의 스토리와 인격을 보여주려고도 노력했다. 다른 작가들은 모델을 찍을 때 모델의 미모와 옷의 화려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델은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이 사람의 얼굴에서는 어떤 분위기가 풍길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모델의 스토리를 나름대로 조금 다르게 해석해 작품에 반영했다”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는 것처럼 작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

“다산 정약용이 생전에 책을 많이 썼다. 너무 다작을 해서 가치가 없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어떻게 책을 많이 쓸 수 있었나 궁금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정약용은 한 가지 일을 해서 나온 여러 정보를 분류해서 저장했다. 다른 분야와 관련된 책을 쓸 때 저장된 내용 중에서 관련이 있는 부분을 찾아서 사용했다. 그 결과 빠르게 책을 쓸 수 있었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품을 쓸 때 서랍에서 소재를 하나씩 꺼낸다고 했다. 나도 이런 방식을 활용했다. 컴퓨터 안에 폴더가 많듯이 내 머릿속에는 폴더가 많다. 경영인도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아이디어 씨앗이 많아야 한다. 삼성도 일찌감치 디지털 분야의 씨를 뿌렸고 이후 휴대전화와 가전제품 등으로 수확했다. 나도 항상 서너 가지의 작품 주제를 진행하고 있다. 머릿속에는 대여섯 가지의 아이디어 씨앗이 자라나고 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창의성은 결국 남과 다르게 해석하려는 노력이다. 보통 사람들은 선입관을 갖고 남들이 만든 지식에 맞춰서 ‘이것은 이렇다’라고 정의한다. 창의성은 ‘이것은 이렇다’라는 선입관을 낯설게 보는 것이다. 다시 내 눈으로 관찰하고 새로운 해석을 할 때 창의성이 나타난다. 우리는 주어진 정보에서 ‘이것은 이렇다’고 넘어가는 경향이 짙다. 이러면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없다. 한 영국 유학생이 투박한 전기코드를 접을 수 있게 만든 사례가 있다. 노트북을 들고 다닐 때 코드를 꽂는 부분이 너무 크고 불편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얇고 쉽게 접히는 코드를 만든 것이다. 또 여행용 트렁크 바퀴가 예전에는 한쪽으로만 이동할 수 있도록 돼 있었는데 요즘에는 쉽게 여러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바꾼 제품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것이 불편하면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혁신적인 사람들은 이런 불편을 신제품 개발 기회나 사업 기회로 연결한다. 작은 것이라도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와 관심이 창의성의 원동력이다”

―촬영한 사진 중에서 좋은 사진을 고르는 작업이 만만찮다. 골라내는 기준은 무엇인가.

“기자도 긴 인터뷰를 한 뒤 정해진 분량에 맞춰서 기사를 짧고 일목요연하게 써야 한다. 강사들이 강연할 때도 그렇다. 저는 이런 과정을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질서를 잘 잡는 것이다. 잔소리를 길게 하는 것보다 한마디로 굵고 짧게 말하는 게 더 효과가 있다. 어떤 내용을 전달할 때 핵심을 찌르는 것이 디자인을 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짧은 게 아니라 적절함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것은 개인의 재주다. 좋은 사진을 골라내려면 경험을 토대로 감각을 체득해야 한다. 또 작품으로 감동을 주려면 사진을 잘 찍고, 잘 골라내고, 잘 인화하고, 잘 전시해야 한다. 네 가지가 다 잘 맞아야 한다. 많이 잘 찍기만 해도 소용이 없다. 어떤 공간에서 전시회를 여느냐에 따라서 방문객에게 전달되는 감동이 달라진다. 사진작가에게 이런 모든 것을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진을 찍기 전 미리 피사체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연극배우를 찍는 사진작가가 연극에 대해 전혀 모르면 배우를 이해할 수 없고 배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어떤 배역을 했고, 어떤 톤의 목소리를 가졌는지 등을 최소한 알아야 한다. 또 평소에 신문이나 잡지 등 언론 매체를 통해 얻은 정보 가운데 중요한 것은 쌓아뒀다가 작업을 할 때 관련이 있으면 꺼내서 사용한다. 백자를 찍을 때 미리 백자에 대한 자료를 준비해뒀다면 지금 백자를 새로 접한 사람보다 몇 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 구본창 작가는? ::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함부르크 조형미술대에서 사진디자인 전공으로 디플로마(Diploma)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와 박건희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과 샌디에이고사진박물관, 피바디에섹스박물관 등 국내외 유명 미술관 등에서 3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60여 차례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7호(2013년 4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한국형 성과주의가 가야할 길

스페셜 리포트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들이 앞 다퉈 도입한 성과주의는 서구식 합리성에 기초를 둔다. 철저한 성과 평가와 보상, 직무와 역량에 따른 차등 대우가 핵심이다. 그러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고 성과가 인사와 보상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단기성과에 대한 집착, 지나친 경쟁, 사기 저하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제는 한국인과 한국 조직에 적합한 고유의 성과평가제도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한국형 성과주의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모델, 참고할 만한 사례를 집중 소개했다.


이케아, 일본 진출 왜 실패했나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스웨덴 기업 이케아는 소비자가 가구를 직접 조립한다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스웨덴에서 이 비즈니스 모델이 통하자 이케아는 이를 핵심 역량으로 삼아 세계 주요 시장에 적용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일본에서만큼은 예외였다. 일본 사람들은 직접 조립하는 일을 매우 싫어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케아는 일본 진출에 실패했다. 해외시장 공략 시 기존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해당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고 새로운 역량을 창출해 접근하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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