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상인 없이 직배송… ‘농산물 꾸러미’ 사업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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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농어촌 상생모델로 지자체-대형업체들도 주목
정부 “맞춤형 지원방안 마련”

맞벌이를 하는 주부 박현지 씨(34)는 최근 알게 된 ‘꾸러미’를 이용해 장을 보고 있다. ‘꾸러미’는 농가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상자에 담아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박 씨는 한 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해 한 번에 2만5000원을 내고 상추 양파 단호박 등 8, 9가지 친환경 농산물이 담긴 상자를 받는다. 돈을 더 내면 매주, 격주 등 정기적으로 받을 수도 있다. 상자에는 무(無)농약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제철 농산물과 요리법이 들어 있다. 박 씨는 “어느 지역에서 누가 재배했는지 농부의 실명과 연락처까지 있어 믿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 농산물 ‘꾸러미’ 사업에 관심 커져

농가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해 주는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는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고 소비자는 안정된 가격에 믿고 살 수 있는 상생 구조다.

현재 국내에는 30여 개 꾸러미 사업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토착 농민과 귀농민이 공동체를 이뤄 시작한 ‘감물느티나무’를 비롯해 여성 농민단체가 중심이 된 ‘언니네텃밭’, 농민에게 유기농 교육을 하다가 사업을 확장한 ‘흙살림’, 지인들과 직거래로 시작된 ‘콩세알 나눔마을’ 등 형태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도 꾸러미 사업을 시작했다. 전북 완주군이 운영하는 ‘완주로컬푸드 건강밥상 꾸러미’가 대표적인 예다.

2009년 사업을 시작한 ‘흙살림’은 회원이 1000여 명에 이르며 월 1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제철 농산물과 과일을 담은 꾸러미가 대표상품이지만 앞으로 쌀도 추가할 계획이다. 생산자가 직접 재배하고 포장까지 맡아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아직은 입소문으로 고객을 모으기 때문에 홍보나 마케팅에도 돈을 쓰지 않고 있다.

흙살림 최춘식 팀장은 “제철 상품으로 구성해 배달하기 때문에 음식 재료 선택을 고민할 필요가 없고 평소 구입하지 않던 농산물을 먹을 기회도 생겨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 먹거리를 통한 도농 상생 모델

꾸러미의 다른 장점은 작황에 따른 가격 변동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를 하다 보니 중간상인이나 유통업체가 존재하지 않아 생산자가 챙길 수 있는 이윤의 폭이 크다. 생산자는 도매시장 납품가 대비 최대 2배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비용 부담이 적고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되는 이점도 있다.

건국대 윤병선 교수(경제학)는 “그해 작황이 나쁘더라도 단골 고객과의 관계를 고려해 생산자가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만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도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꾸러미 사업을 ‘생산농가와 소비자의 직접적인 소통에 기반한 관계형 경제모델’, ‘얼굴 있는 먹거리를 통한 도농(都農) 상생 모델’이라고 정의한다.

박근혜 정부가 유통구조 개혁을 우선 과제로 추진하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와 정부도 꾸러미를 비롯한 ‘로컬푸드(국산 농산물 직거래)’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7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꾸러미 업체 간 통합 배송, 공동작업장 설치 등 직거래 활성화를 위한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직배송#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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