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회장 ‘제왕적 권력’ 손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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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혁’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일성(一聲)으로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회장이 은행 등 자(子)회사의 인사, 투자 등 경영에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는 것을 막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지주사 회장들이 주어진 권한을 넘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른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면서 “지주사가 자회사에 업무를 지시할 때 반드시 자회사의 의견을 묻도록 하고 지주사 회장의 모든 지시는 문서화하도록 하는 등 부당한 경영간섭을 차단하는 방안들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지주사 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업무가 분명한데도 관련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묻기 힘든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금융당국은 지주사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제도의 개선도 검토하기로 했다. 사외이사가 다른 사외이사를 뽑고 이들로 구성된 회추위가 다시 회장을 추천하는 현재의 방식 때문에 이들이 서로를 추천하면서 ‘연임 잔치’를 벌이는 경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또 조만간 금융계, 학계, 시민단체를 포함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세부적인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2000년 10월 금융 부문의 체질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했다. 금융회사가 대형화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의 역할 구분이 모호해지고 지주사 회장에게 힘이 집중되면서 원래 취지가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2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발전심의회 전체회의’에서 신 위원장은 ‘따뜻한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신 위원장이 취임 후 가진 첫 공식 외부행사로 창조경제를 위한 금융구상과 국민행복기금 주요 내용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이날 신 위원장은 “국민행복기금은 따뜻한 금융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서민의 금융채무 부담을 줄이고 신용 회복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금융산업은 이제 창조경제, 공정시장 질서 확립, 따뜻한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충분히 담아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를 위한 정책자금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경쟁력은 지식과 창조에 있다”며 “모험 자본을 육성하고 코넥스·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해 창조경제가 순환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금융#지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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