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 달성하려면 5년간 취업자 年 50만명씩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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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정부 공약 현실성 논란

박근혜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한 ‘고용률 70%’의 현실성 여부를 놓고 정부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약 달성을 위해 지나치게 숫자에만 집착하다간 ‘7% 성장률’의 도그마에 빠져 고물가와 양극화 논란을 빚은 지난 정부의 전철(前轍)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4일 “‘고용률 70%’는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과 다르다”라며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적 구호, 장기 비전이 아니라 진짜 2017년까지 고용률을 70%로 올리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매우 도전적인 수치인 것은 맞지만 목표 달성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방하남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첫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이른 시일 안에 마련하라고 제일 먼저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국정과제의 제일 첫머리에 ‘고용률’을 제시했고 이달 10일 대통령 비서실은 이 주제를 다루는 국정현안 토론회를 주관했다.

문제는 올해 ‘2%대 성장’ 전망이 공식화되는 경기침체 국면에서 목표한 만큼 일자리가 실제로 늘어날 것인가다. 새 정부가 기준으로 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15∼64세 인구의 고용률은 지난해 64.2%. 고용전문가들에 따르면 2017년까지 이 비율을 70%로 높이려면 매년 취업자를 50만 명 이상 늘려야 한다. 지난 5년간 취업자 수 증가폭이 연평균 20만 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목표라는 지적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고용투자팀장은 “2016년부터 고용률의 분모(分母)가 되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기업의 노동수요가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고용률은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10년 내라면 70%라는 목표 달성이 가능하겠지만 5년은 매우 촉박한 기간”이라고 전망했다.

새 정부는 여성과 청년의 경제활동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고용률 상승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지난달 20대 고용률은 55.3%로 외환위기의 여파로 실업난이 극심했던 1999년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고 여성 고용률(52.2%)도 남성(73.2%)을 크게 밑돌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당국자는 “여성 고용률만 5∼6%포인트 높여도 전체 수치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며 “육아 등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들의 파트타임 근로부터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조사기준은 아르바이트나 공공근로를 1주일에 1시간만 해도 취업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고용률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지나치게 양적(量的) 지표에만 매달리다간 자칫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은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이 약 5년의 짧은 기간에 고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인 사례가 있었지만 이는 노동시장 재편, 근로자 임금 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 큰 폭의 개혁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존의 여러 대책을 짜깁기하는 방식으로 70% 고용률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숫자에만 집착하지 말고 큰 방향을 세운 뒤 제도와 정책을 설계하겠다는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박근혜#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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