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주 호황에도 부품업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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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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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해양플랜트의 국산 기자재 사용률 고작 20%

경남지역에서 조선사에 선박용 부품을 납품하는 D사 대표는 최근 은행에서 대출 상환 요구를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2007, 2008년 상선 호황기에 벌어들인 돈으로 그동안 간신히 공장을 돌리고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했지만 지난해 상선 시장의 불황이 찾아오면서 그마저도 바닥나고 있다는 사실을 거래 은행이 알아챈 것이다. 그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에 비해 3분의 2로 줄었는데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걱정했다.

○ 해양시장 호황서 소외된 기자재업체

지난해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상선 시장의 불황에도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플랜트를 대거 수주하면서 위기를 버텼지만 고사 위기의 중소 조선 기자재업체들의 경영 위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이 회원사 8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출액이 2011년과 비교해 20.7% 감소했다.

해양플랜트의 호황에도 조선기자재업체들이 계속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국산 해양플랜트에 외국산 부품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벌크선과 같은 상선의 경우 사용되는 부품의 90%가량이 국산이지만 해양플랜트의 국산 부품 사용률은 20%에 그친다.

해양플랜트를 발주하는 오일메이저들은 안전을 이유로 어떤 부품을 사용할지 직접 결정해 수주업체들에 알려준다. 망망대해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해양플랜트 설비에 부품 하나라도 고장이 나면 멕시코 만 원유 유출사고처럼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상선용 부품의 경우 주로 국내 기자재업체에서 공급받는다. 하지만 해양플랜트는 발주처에 ‘정식 납품업체(벤더)’로 등록된 업체의 부품만 사용한다. 국내 대형 조선사가 수억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더라도 중소 기자재업체에는 주문이 오지 않는다.

○ “기술 서류 번역이라도 지원해달라” 호소

기자재업체들은 자금 사정이 더욱 어려워져 해양플랜트를 위한 새로운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부품 개발비용이 많이 들고 개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납품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해 해양플랜트 시장 호황에 맞춰 지식경제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국산 기자재의 경쟁력을 높이고 엔지니어링 인력을 키우겠다는 내용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자재업체들은 “정부의 지원 계획이 장기 R&D에 치우쳐 있어 당장 일감을 따내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이 많다”고 주장했다.

중소 기자재업체들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교육 등 현실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제 선박인증기관인 한국선급이 지난해 부산 경남 일대 기자재업체를 대상으로 해양플랜트 부품 납품을 위해 지원받고 싶은 사항을 조사한 결과 “오일메이저에 납품업체로 등록할 수 있는 기술설명서 번역을 도와 달라”는 요청이 가장 많았다. 기술력은 있어도 납품 절차를 모르거나 영어로 된 서류를 번역할 인력이 없는 영세 사업장이 많기 때문이다.

선진국 오일메이저 업체 등 발주처와의 접촉을 늘려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처음으로 연 국제해양플랜트전시회에 참가한 한 기업인은 “발주처에 직접 기술을 설명할 기회를 더 자주 만들고 구매력 있는 담당자 초청 규모도 늘려 달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부품업체#해양플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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