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콜센터에 10억건 전화…황당-엽기 ‘얼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7일 0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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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찾아줘', `차로 친 멧돼지 먹어도 되느냐' 등
횡설수설ㆍ화풀이ㆍ억지 민원ㆍ장난 전화도 부지기수

지난해 금융사 콜센터에 걸려온 전화가 10억 건이 넘은 가운데 '남편의 위치 추적' 등 황당한 문의가 많아 전화상담 직원들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해상 콜센터에는 남편이 밤새 안 들어왔는데 위치 추적을 해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자동차 긴급 출동 때 위치 추적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알고 요청해온 사례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위치 추적은 본인 인증 때에만 가능하므로 아내가 요청해도 안 된다"면서 "손보사가 심부름센터가 아니므로 남편 찾는 요청은 경찰서로 해달라고 안내했다"고 전했다.

콜센터에 걸려온 황당한 문의에는 '내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모르니 차를 찾아달라', '멧돼지를 차로 치었는데 멧돼지를 먹어도 되느냐', '범퍼가 반 정도 떨어져 달랑거리는데 떼고 가야 하나', '자동차 사고로 생긴 강아지의 정신적 피해도 보상되느냐'는 내용도 있었다.

삼성화재 콜센터에는 정신이상, 만취 상태로 횡설수설하면서 장시간 전화하는 여러 차례 있었다.

신한카드 콜센터에는 남자 직원이 상담에 나섰다가 "남자도 콜센터에서 근무하느냐"며 모욕감을 주는 사례가 있었다.

수시로 전화해서 상담은 안 하고 '날씨가 좋다', '비 온다', '눈 온다'며 싱겁게 얘기만 하거나 '넌 누구냐. 목소리 맘에 안 든다. 딴 애로 바꿔라'고 반말하는 고객도 부지기수다.

'너는 대체 아는 게 뭐냐. 그따위로 상담할래. 인사 안 할래'라는 식으로 말꼬투리를 잡아서 민원 대상으로 삼으려는 고객, '넌 내 말에 대답만 해라'며 상담원을 무시하는 사례도 많았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자신이 우수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한 분이 1주일에 5일, 하루 평균 3~4차례씩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상담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말로 장시간 업무를 방해하는 사례도 있었다"면서 "직장에서 기분 안 좋은 일이 생겼다며 상담원에게 화풀이하고 휴가 간다며 자랑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모 은행 콜센터에는 속옷을 변상하라는 전화까지 왔다.

은행에서 입금하다가 볼일이 급했는데 화장실이 없어 옆 건물 상가 화장실로 가는 도중 못 참아 속옷에 묻었다면서 보상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 은행 콜센터에는 경기 불황 장기화로 대출금리를 낮춰달라는 전화가 예년보다 20~30% 많았다. 연체된 신용카드 채무를 감면해달라는 전화도 늘었다.

은행 콜센터 문의는 이용 한도·사용 내역 문의(20%), 정보 변경(15%), 청구·입금(13%), 발급(10%) 순이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출 관련 전화는 대부분 고객 신용도가 하락한 경우인데 그 이유를 설명하느라 힘이 든다"면서 "신용등급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밖에 딱히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등 손해보험사에 지난해 콜센터로 가장 많이 들어온 문의는 긴급 출동(40%)이었고 보상 접수·상담(20%), 해지·환급(10%)이 뒤를 이었다.

신한카드, 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사 콜센터에는 즉시 출금 요청(15%), 신상 정보 변경(10%), 결제 대금 문의(4%), 결제 계좌 변경·가입 신청(3%) 순으로 문의가 많았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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