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도요타 벤자… 아빠품 같은 편안함, 예술이네

  • Array
  • 입력 2012년 1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넓고 듬직한 차체…


“그래서, 이 차 이름이 뭐라고요?”

도요타가 지난달 한국 시장에 출시한 크로스오버 차량(CUV) ‘벤자’의 뒷좌석에 탄 지인이 물었다. 그는 “좌석이 참 넓고 승차감이 편안하다”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도로 위의 풍경은 사실 운전하기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쏟아지던 함박눈이 점차 줄었지만 노면은 꽁꽁 얼어붙은 빙판으로 변해갔다.

크게 긴장되지는 않았다. 주행 상황을 분석해 언제든 차의 불안정한 거동을 붙잡아주는 상시 4륜구동(AWD)은 가속페달을 밟는 발끝에 자신감을 실어줬다. 육중한 덩치와는 상반된 부드러운 주행감이 차 안으로 전해졌다. 낮은 무게중심은 안정감을 더했다. 이만한 높이의 차에서 으레 느껴지는, 코너링에서 탑승자의 몸이 좌우로 쏠리는 현상도 많지 않았다.

최고출력 272마력의 3.5L급 6기통 가솔린엔진은 2t에 가까운 무게를 시원스레 이리저리 끌고 달렸다. 고속주행으로 접어들자 실내가 안락하고 조용했던지 뒷좌석의 지인은 편안하게 의자를 뒤로 기울여 단잠에 빠졌다.

벤자는 일본에선 만들지 않고 미국 켄터키공장에서 전량 생산하는 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관세 혜택에 힘입어 보다 다양한 차를 낮은 가격에 한국 시장에 선보이려는 한국토요타의 전략에 맞아떨어지는 모델이다.

도요타가 세계 각국에서 생산하는 차는 일관된 공통점이 있다. 차의 겉모습만 봐도 어떤 목표를 갖고 이 차를 개발했는지 쉽게 엿볼 수 있다. 벤자는 덩치가 크고 우직하다. 강력한 동력성능과 넓은 적재공간을 갖춘 차다. 가족 단위로 먼 길에 나설 때 이만한 차가 없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실내는 충분히 7인승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넓지만 국내 출시모델은 전부 5인승으로 맞췄다. 넓게, 편하게 쓰라는 뜻이다.

이 차는 한국에 출시되기 전만 해도 미국에서만 판매되던 모델이었다. 다시 말해 미국과 한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심지어 일본에서도) 이 차를 정식으로는 살 수 없다는 얘기다. 벤자는 도요타 미국 디자인센터의 한국인 선임 디자이너인 이정우 씨가 설계에 참여했다. 이 씨는 이 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향후 한국으로 수출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지만, 고급스럽고 넓은 느낌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충분히 인기를 끌 만한 결과물을 내놨다.

아쉬운 점은 상대적으로 도요타의 다른 모델에 비해 낮은 연료소비효율. 시승에 사용된 3.5L 모델은 L당 8.5km, 2.7L급 모델은 L당 9.9km다. 육중한 무게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연비가 좋은 디젤엔진이 아니라 가솔린엔진이 들어간 것도 소음 저감에는 좋지만 역시 연비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두 모델 다 자동 6단변속기를 탑재했다. 실제 연비는 공인 연비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차 이름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자 지인은 무릎을 탁 쳤다. ‘벤자’는 일본어로 ‘편히 앉을 수 있는 휴게실’을 뜻하는 단어 ‘편좌(便坐·べんざ)’와 발음이 같다. 잔고장에 큰 걱정이 없으면서 넓은 실내공간과 안락한 승차감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가격은 2.7L급에 전륜구동(앞바퀴굴림) 방식인 ‘XLE’가 4700만 원, 3.5L급 4륜구동인 ‘리미티드’는 5200만 원.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