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지룡]젊은 백수들의 비애… 얼마나 이해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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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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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룡 문화평론가 청년드림센터자문위원
김지룡 문화평론가 청년드림센터자문위원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에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온갖 합성사진, 패러디 포스터와 동영상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영상물 중에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사용하거나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이 많다. 글로 정리된 장문의 자료도 많은데 외국 사이트의 자료, 몇십 년 전 신문기사나 통계까지 꼼꼼히 뒤져가며 작성된 것도 많다. 외국어 실력과 글쓰기 솜씨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것들을 만드는 것일까. 명예훼손이나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것들이라 만든 이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게 대부분이지만 ‘잉여인간’들이 ‘잉여력’을 발휘해 만든 것이 대다수일 것이다.

잉여인간! 1958년 손창섭이 발표한 단편소설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현재는 취업에 실패한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말로 널리 쓰인다. 사회에서 남아도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대기업, 공공기관처럼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해 ‘스펙 쌓기’ 경쟁을 포기하고, 남아도는 시간의 대부분을 인터넷을 뒤적이는 데 소모하는 젊은 사람들도 스스로를 잉여인간이라고 부른다.

누구에게 대가를 받을 수도 없는 영상물과 장문의 자료를 만들면서 ‘잉여력’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시간이 남아돌기 때문에 ‘쓸데없는 일’에 자신의 재주와 시간을 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잉여력은 때때로 ‘병신력’이라는 자학적 표현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대도시에서는 젊은 ‘백수’들이 넘쳐나지만 중소도시의 공장이나 작은 기업체에서는 사람이 없어 뽑지 못한다고 아우성이다. 왜 젊은이들은 쉬운 취업의 길을 기피하고 대도시에서 ‘잉여인간’으로 살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너무 많은 교육을 받았다는 점이다. 초중고교 시절을 사(私)교육에 시달리며 공부만 했고 낭만이 사라졌다는 대학에서 청춘을 바쳐 온갖 것들을 배우고 익혀 왔다. 하지만 자신이 취업할 수 있는 곳에서는 그동안 배워온 것의 극히 일부분만을 쓸 수 있을 뿐이다. 가고 싶지 않은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현실에 맞춰 눈높이를 낮추라는 조언은 별 소용이 없다. 이들에게는 생존에 대한 공포가 없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아도 부모에게 기대어 살 수 있는 운 좋은 젊은 사람이 너무 많다. 게다가 노숙인도 좀처럼 굶어죽지 않는 시대이기도 하다. 원치 않는 일,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평생을 보내는 것보다 적게 벌더라도 대도시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살기를 원한다. 우연히 찾아올지 모를 작은 기회를 기다리면서….

청년들의 취업난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해결책을 생각할 때 젊은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많은 젊은 ‘잉여인간’이 ‘배운 것을 써 먹을 수 없다’는 것에 억울함과 비애를 지니고 있다. 젊은 세대가 아니면 공감하기 힘든 아픔일지 모르지만 아픈 것은 아픈 것이다. 나라 전체가 가난했던 시절의 사고로는 ‘어리광’으로 비칠 수 있지만 이미 시대는 변했다. 설사 받아주지는 못하더라도 먼저 이해를 해주는 것이 해결책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김지룡 문화평론가 청년드림센터자문위원
#김지룡#백수#잉여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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