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정치권 소득-법인세 증세 논쟁… 세금부담은 누가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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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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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 고소득자 - 0.1% 대기업이 타깃

정치권에서 ‘증세(增稅)’ 공방이 본격화되면서 ‘늘어나는 세금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세금 부담은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여러 가지 세목(稅目) 가운데 어떤 것을 손대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 상위 0.1% 대기업·1% 고소득자에게 부담 돌아갈 듯

여야 간 견해차가 가장 큰 부분은 법인세다. 새누리당은 법인세 증세에 반대하지만, 민주통합당은 과세표준 최고구간을 현행 ‘200억 원 초과’에서 ‘500억 원 초과’로 높이고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9월 세법 개정안 초안을 발표하면서 ‘과표 500억 원 초과’ 기업이 360여 개라고 밝힌 걸 감안하면, 당기순이익 상위 400∼500위권 대기업, 국내 전체 법인의 약 0.1%에 해당하는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소득세를 놓고는 여야 간 견해차가 크지 않다. 새누리당은 최고세율(38%) 과세표준을 현행 ‘3억 원 초과’에서 ‘2억 원 초과’로 낮추자고 제안했고 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1억5000만 원 초과’로 하자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3억 원 초과’ 대상자는 약 3만1000명으로 전체 납세자의 0.25%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안이 실현될 경우 총 13만9000명(1.14%)이 38% 세율을 적용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누리당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10만∼11만 명가량이 대상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당 모두 상위 1%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두 세목 모두 ‘부의 재분배 효과’는 높아질 수 있지만, 증세 대상이 0.1∼1%에 그치고 실제 늘어날 세수(稅收)도 수천억 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복지 재원 마련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안종석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전체 근로자의 40%가 세금을 아예 안 내는 만큼, 최고세율 인상보다는 세율구간 조정이나 비과세·감면 개편 등을 통해 과세 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가가치세는 간접세의 특성상 세율을 올리면 곧바로 세수가 크게 늘어난다. 다만 전 국민이 짐을 떠안아야 하고, 하나의 세율이 일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계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저소득층에 짐이 되는 만큼 정치적 부담도 다른 세목에 비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 복지 재원 증대 효과 미미

김무성 새누리당 통합선대위원장이 도입을 주장한 부유세의 경우, 국내에서 매겨진 전례는 없다. 국책연구원인 조세연구원은 올 5월 ‘부유세와 소득 및 자산 관련 조세개혁 방향’ 보고서에서 부유세를 ‘순자산(총자산―부채)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매기는 세금’이라고 정의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선 프랑스,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스페인 등이 부유세를 걷는다.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통상 △부동산 △저축, 연금 등 금융자산 △자동차, 보석, 선박 등에 매긴다. 프랑스의 경우 80만 유로(약 11억6000만 원) 이상 자산에 0.55∼1.8%의 세율을 적용한다. 프랑스 전체 세수에서 부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0.54%에 불과하고 다른 나라 역시 0.2∼0.5% 수준이라 세수 증대 효과는 미미하다. 재산세 등 기존 보유세와 충돌해 이중 과세될 우려가 있고 부자들이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 최근 유럽 주요국은 부유세를 폐지하는 추세다.

민주당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부유세 도입 대신 종합부동산세 확대를 주장했다. 종부세는 이명박 정부 들어 무력화되면서 납세자 규모가 2007년 48만 명에서 2010년 25만 명으로 급감했다. 헌법재판소가 가구별 합산과세는 위헌, 1가구 장기보유자 부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만큼, 종부세가 강화돼도 2007년만큼 대상자가 늘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정치권#소득#법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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