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건설사 인수… 웅진 ‘승자의 저주’

  • Array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 웅진홀딩스-극동건설 동반 법정관리 신청 파장

극동건설의 부도로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까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재계에서는 ‘승자의 저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웅진그룹이 웅진홀딩스에 법정관리라는 극약처방을 한 것은 극동건설 부도로 인해 그룹 전체가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는 웅진코웨이 웅진씽크빅 웅진에너지 웅진식품 극동건설 웅진폴리실리콘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웅진홀딩스의 부채 1조2900억 원 가운데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 금융부채는 6241억 원에 이른다. 웅진홀딩스가 극동건설을 위해 맺은 자금보충약정(지급보증)도 4100억 원이나 된다. 예정대로 웅진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1조2000억 원에 팔더라도 남는 게 별로 없는 셈이다.

웅진그룹은 윤석금 회장이 지분 73.9%를 보유한 웅진홀딩스를 통해 지배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그룹이 사실상 해체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계열사 매각이나 해체 절차를 밟게 된다. 알짜 기업으로 꼽히던 웅진씽크빅 웅진식품 등 주요 계열사들도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적자를 내는 등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하지만 윤 회장이 법정관리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시각도 있다.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 기업의 오너가 범법 사실이 없고 기업의 회생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2007년 5월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대주주로 물러났던 윤 회장이 26일 ‘책임경영’을 이유로 웅진홀딩스 대표이사로 복귀한 것은 이를 감안한 ‘포석’이라는 이야기다.

윤 회장 입장에선 법정관리가 승인되면 그룹 지배권을 내려놓아야 하지만 법원이 자신을 법정관리인으로 선정하면 경영을 계속하면서 재기를 노릴 수 있다. 웅진홀딩스의 채무를 일부 탕감 받고 주력 계열사의 경영이 개선돼 법정관리를 졸업하면 다시 오너로 복귀할 수 있는 것이다.

윤 회장은 법정관리 신청 직후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서울 중구 충무로 극동빌딩에 있는 웅진홀딩스로 불러 “그룹의 위기와 상관없이 계열사 경영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극동건설#웅진홀딩스#법정관리 신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