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최고, 한국은 천국” 그들은 도대체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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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역사들에게 들어본 ‘고용허가제 8년’

4일 서울 중소기업DMC타워 회의실에서 포즈를 취한 통역사들. 왼쪽부터 이 아르씨(필리핀), 쉐익 무라드호센(방글라데시), 카드랄리에바굴자라(키르기스스탄), 바흐리지노바 라노(우즈베키스탄), 아크바르 아미르 씨(파키스탄).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4일 서울 중소기업DMC타워 회의실에서 포즈를 취한 통역사들. 왼쪽부터 이 아르씨(필리핀), 쉐익 무라드호센(방글라데시), 카드랄리에바굴자라(키르기스스탄), 바흐리지노바 라노(우즈베키스탄), 아크바르 아미르 씨(파키스탄).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방글라데시에서는 말레이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로도 일하러 갑니다. 하지만 한국이 최고입니다. 한마디로 ‘천국’입니다.” 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만난 쉐익 무라드호센 통역사(45)는 방글라데시 근로자들 사이에서 한국의 인기가 높다며 이렇게 말했다. 바흐리지노바 라노 통역사(31·여)는 옆에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한국 취업을 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한국어 시험이 있는 날이면 모든 직장에서 결근 사태가 벌어진다”고 거들었다. 》
○ ‘코리안 드림’에는 웃음도, 눈물도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가 지난달로 시행 만 8년이 됐다. 7월 말 현재 한국에는 외국인 근로자 46만여 명이 영세사업장 8만여 곳에서 일하고 있다. 이 중 27만여 명은 중국동포지만 나머지 19만여 명은 한국어를 모른 채 한국에 왔다. 중소기업들의 외국인 근로자 신청과 입국행정을 대행해주는 중소기업중앙회에는 이들 근로자와 중소기업을 위해 일하는 각기 다른 나라 출신 통역사가 14명 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한국은 일본 미국보다도 더 가고 싶은 나라이고 천국’이라는 말을 들으니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통역사들은 입을 모아 “한국은 꿈이 이뤄지는 나라”라며 “다들 1, 2년을 기다려서라도 한국으로 오고 싶어 하고 다른 나라로 일하러 갔다가도 한국 중소기업과 계약이 되면 주저 없이 한국행을 택한다”고 말했다. 한국인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 없이 최저임금제가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벌이가 좋고, 지난해 유엔 공공행정상 대상을 받을 정도로 선발과 체류관리가 투명하고 공정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당황하다가도 돌아갈 때쯤에는 정이 든단다. 한국인 사장 중에는 “너무 고마웠다”며 외국인근로자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편을 비즈니스석으로 잡아주는 사람도, 일하던 근로자의 결혼식 초청장을 받고 출국하는 이도 있었다.

물론 코리안 드림에 어두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쉐익 씨는 지난해 “허리가 너무 아프다”며 무거운 짐을 들지 않아도 되는 다른 업체로 이직하게 해 달라고 했던 근로자를 잊지 못한다. 근로자의 아버지가 방글라데시에서 “사장님을 설득해 달라”며 쉐익 씨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울었다. 당시에는 외국인 근로자는 근로계약을 한 업체의 사장이 동의하지 않으면 직장을 옮기기 어려웠다.

○ “외국인 근로자 성공이 우리 성공”

카드랄리에바 굴자라 통역사(34·여)는 얼마 전 충북 음성군으로 병문안을 다녀왔다. 작업 중 다리를 다친 키르기스스탄 근로자가 “너무 외롭다”고 하소연했기 때문이다. 이 근로자는 보상금보다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자기를 찾아오지 않는 데 상처를 받았다.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는 곳이 대부분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이다 보니 산업재해도 드물지 않다. 필리핀 출신인 이 아르씨 통역사(41)는 “작업장에 유리가루가 날려 눈에 들어가는데 왜 회사에서 보안경을 안 주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잘린 손을 찍은 사진과 함께 ‘작업을 하다가 손이 잘렸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자메시지가 오기도 한다.

통역사들은 업무 시간이 따로 없다. 한밤중에 “야근 중인데 기계가 고장 났다”거나 오전 2시에 “사장님이 터미널에서 기다리라고 해서 몇 시간째 기다리는 중인데 아직도 안 오셨고 나는 길을 모르겠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이역만리 말이 안 통하는 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동포 통역사들은 생명줄과 같다. 약국에서 필요한 약을 설명해야 할 때,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의사와 의사소통이 안 될 때도 통역사를 찾는다.

업체 사장과 근로자 사이에 의견이 충돌할 때는 특히 괴롭다. 바흐리지노바 씨는 “근로자들이 ‘같은 나라 사람인데 왜 내 편을 안 들어주느냐’고 말할 때 마음이 아프다”며 “그래도 코리안 드림을 이룬 근로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며 ‘고맙다’고 전화를 걸어오면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진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가 지금까지 입국 행정대행을 한 외국인 근로자는 12만여 명이다. 류재범 외국인력팀장은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30인 이하 업체에서 영세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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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코리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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