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시장 잡아라”… KSP로 中-日 따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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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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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진국 경제가 주춤하는 사이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한중일 3국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
중국과 일본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나선 반면 한국은 2004년부터 시작한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Knowledge Sharing Program)’의 성과를 토대로 ‘경제 한류(韓流)’로 대응하는 구도다. 특히 한국형 경제발전 전략을 배우려는 동남아 국가가 늘면서 KSP는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한국, 경제발전 네트워크 구축 시동

지난달 30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한 호텔에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 7개국의 차관급 고위 관료들과 정치인, 경제학자들이 모였다. KSP의 정책자문사업을 담당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최한 ‘동남아시아와 한국의 파트너십, 개발을 위한 지식공유’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워크숍은 정부와 KDI가 처음으로 연 지역별 ‘KSP 공유 세미나’로 KDI는 1∼3년이면 마무리되는 KSP가 끝나더라도 지원을 받은 국가들과 정기적으로 경제발전 성과를 협의하기 위해 올해부터 지역별 세미나를 열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베트남에 이어 조만간 인도네시아에서도 한 차례 더 지역별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는 KSP와 지역별 세미나를 발전시켜 동남아에 한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워크숍에서 참가국들은 자국의 수출지원 정책과 연구개발(R&D), 중소기업 정책을 소개하고 개발 과제들을 논의했다. 특히 일부 국가들은 산업, 금융정책은 물론이고 기후변화와 인구 고령화, 환경 등에서도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패널로 활동했던 응우옌후닌 베트남 환경 연구개발센터 위원장은 “베트남 등 동남아 5개국이 추진하고 있는 메콩 강 개발사업에 한국이 여러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요청했다. 그는 “한국은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 등 녹색기술 개발역량을 발전시켜 왔다”며 “동남아 국가들은 한국 기업들에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은 녹색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의 상호협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에드가르도 앙가라 필리핀 상원의원은 “한국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발전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모범사례”라며 “환경변화 등 기후 변화와 식량 문제는 물론이고 고령화 현상 등 앞으로도 협력이 필요한 분야가 많다”고 강조했다.

○ 中日 자금지원 vs 경제한류 확산

동남아 국가들은 2004년 지구촌을 대상으로 KSP가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이뤄진 KSP 지원과제 320건 가운데 30.9%인 99건이 6개 동남아 국가들에 지원됐다. 그 결과 베트남은 한국의 수출입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는 베트남개발은행(VDB)을 설립했으며 인도네시아는 채권시장 발전 로드맵을 세우는 등 동남아 국가들은 KSP를 통해 적극적으로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 한중일 3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KSP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4월 일본·메콩 정상회담을 열고 2015년까지 태국, 미얀마, 베트남 등 메콩 강 유역 5개국 개발을 위해 74억 달러(약 8조 원) 규모의 원조를 약속했으며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의 인프라 개발 지원을 위해 100억 달러 규모의 금융기관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원조 자금 규모를 놓고 일본, 중국과 경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영토분쟁이나 과거사 문제로 중국과 일본의 지원에 경계심을 가진 동남아 국가가 적지 않은 만큼 KSP를 통해 동남아 시장과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차문중 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동남아 국가들은 빈곤국에서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KSP를 통해 동남아 시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면 국내 민간기업들이 활동하기에도 좋은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노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동남아 시장#K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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