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뒤엔 세수 급감… 내년 ‘빈곳간 공포’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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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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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경기침체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나라의 ‘곳간’을 채우는 데 필요한 세수(稅收)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내년에 부자, 대기업에 대한 세금을 늘릴 계획이지만 경기 하락에 따른 세수 감소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장을 통한 세수 확대 없이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복지 공약이 재정 건전성 유지에 큰 짐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누적된 재정적자 때문에 경제가 심각한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 성장 둔화, 세수 감소에 직격탄


기획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물가, 금리 등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가 있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성장률”이라며 “통상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세수가 2조 원 안팎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5월 발표한 재정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1%포인트 떨어지면 세수는 1.07%(2조1900억 원)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미 서울시의 올 상반기(1∼6월) 취득세 세입은 1조3305억 원으로 연간 전망(3조3938억 원) 대비 39.2%에 불과했다. 이대로라면 올 취득세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15%(약 5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서울시는 전망했다. 국세청 징수 실적도 5월 말 기준 연간전망 대비 47.3%(91조1000억 원)로 지난해(48.1%)보다 부진했다.

내년은 더 심각하다. 종합소득세와 법인세 등은 경제상황이 나쁜 올해의 실적을 기준으로 세금을 걷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 부가가치세 근로소득세 증권거래세 등 그해 실적을 기준으로 걷는 세금항목의 수입도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

과거 경제위기 때도 세수가 크게 줄어든 전례가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전년대비 3%,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듬해인 2009년엔 2.8% 세입이 줄었다. 1998년, 2009년 위기 땐 이듬해 곧바로 경기가 반등했지만 유로존 재정위기의 장기화로 내년엔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심혜정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수출이 둔화돼 올 하반기 기업경기가 나빠지면 내년 세수는 예상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 세수는 감소, 쓸 곳은 증가

정부와 새누리당은 대선을 앞두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인하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 등 증세(增稅)책을 최근 내놨다. 그러나 이로 인한 세수 증가 규모는 향후 5년간 연평균 3600억 원에 그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이마저 장담하기 어려워 부족해질 세수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내년 출범할 새 정부 아래서 복지 등 정부지출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내년 예산안에 △0∼5세 전면 무상보육(5조7000억 원) △노인 틀니 및 중증 의료지원(2조 원) 등 총 18조 원 규모의 총선공약 예산을 담겠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역시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등 막대한 지출이 필요한 복지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사회간접자본(SOC), 직접 일자리 지원 등 재정을 동원한 경기부양책이 불가피해 나라살림의 여력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현동 국세청장이 최근 “대외여건 악화와 소비 위축으로 세수여건이 녹록지 않다. 하반기에도 강도 높은 세수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커져가는 세수구멍을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박형수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성장이 갈수록 둔화되고 내수경기는 성장률 지표보다도 더 안 좋아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세수가 늘어날 여지가 작다”며 “정치권은 복지공약만 내놓지 말고 올해 대선에서 성장률 제고 등 복지 확대에 필요한 세수확보 방안을 함께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저성장#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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