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불공정약관 손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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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은행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사고피해 고객전가 등 36개

‘은행은 컴퓨터의 고장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해 서비스 지연, 불능, 기타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 이로 인한 책임이나 어떠한 의무도 지지 않습니다.’

‘이 예금은 가입 후 5년이 경과한 후에는 일반 저축예금으로 자동으로 전환됩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은행 약관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은행 약관 461개를 심사한 결과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 11개 은행에서 36개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하고 이를 시정하도록 금융위원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당국자는 “이번 조치는 금융위가 2009년 이후 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금융 관련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새로 만들어지거나 개정된 은행 약관의 불공정성을 심사해 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정위는 문서 위조로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피해를 고객에게만 떠넘기는 조항 등을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으로 지적했다. 도이치은행은 ‘팩스 거래 지시서와 관련된 손실에 대해 은행은 책임을 지지 않고, 고객은 은행을 면책해야 한다’는 조항을 약관에 담아 문서 위조로 고객이 피해를 봐도 은행은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 은행은 ‘(팩스 거래 시) 고객은 금융거래 비밀유지 또는 정보보호 규정의 위반을 주장할 권리를 포기한다’는 조항을 넣어 은행에서 정보 유출 사고가 생겨도 모든 책임을 피해자가 지도록 했다.

대구 부산 씨티 기업은행 등도 ‘문서 위조 또는 변조, 서명 도용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통해 은행의 책임을 피하려다 공정위의 시정 요구를 받았다. 이들 은행은 또 외화송금 때 전산장애로 고객이 피해를 봐도 은행이 책임지지 않도록 한 불합리한 약관도 넣었다가 적발되었다. 최근 잇따르는 은행의 전산장애 사태로 소비자 피해 우려가 높은 가운데 은행이 관리책임을 져야 할 전산장애 손해까지 고객에게 떠넘긴 것이다.

이와 함께 저축예금 만기가 되면 은행이 고객에게 통보하지 않고 일반예금 등 다른 상품으로 자동 전환할 수 있게 한 조항, 적금 계약 기간이 끝났을 때 자동으로 다시 예치할 수 있게 한 조항도 공정위의 시정 요청을 받았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은행#불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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