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재개발-재건축 발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경기침체에 수익성 악화 겹쳐 황금알 거위 → 빛좋은 개살구
도시정비사업 차질 우려 커져

대형 건설업체들이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았던 재개발 및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잇달아 손을 떼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심의 새 아파트 공급이 줄고 도시 정비도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장 10곳에서 1조3607억 원대를 수주했으나 올 들어 4건 수주에 그쳤다. 이 회사는 당분간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지침을 정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올해 들어 재개발 및 재건축 신규 수주가 단 한 건도 없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도 조합원에게 일정 비율의 무상 지분을 미리 보장해 주는 방식의 확정지분제를 요구하는 도시정비사업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재건축 수주를 포기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재건축 조합원들의 높은 무상 지분 요구 등을 이유로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 2단지 재건축 사업 수주를 사실상 포기했다. GS건설도 입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올 5월 말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무려 11개 업체가 참여했지만 막상 뚜껑을 연 뒤에는 서로 발을 빼는 모습이다. 평균 163%의 높은 무상 지분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인근 고덕주공 7단지 사업을 수주했던 롯데건설도 본계약을 미루고 있다.

건설업계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 재건축 사업 때 소형 아파트 비율 상향 조정, 한강변 초고층 건설 억제, 뉴타운 출구전략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합원들이 무리하게 높은 무상 지분을 요구하고, 이들이 인기가 높은 중소형 아파트를 선점하면서 일반분양 물량이 대부분 비인기 상품인 중대형 아파트 중심으로 구성되는 점도 기피를 부추기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의 분양이 원활하지 않으면 공사비 회수가 지연될 뿐 아니라 ‘악성 미분양 사업장’이라는 불명예도 함께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격 하락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단지인 개포동 개포지구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1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26일 개포 주공 1단지 50.6m² 아파트가 8억 원에 거래됐지만 6월 18일 같은 면적의 물건이 7억500만 원에 팔렸다. 10일 현재는 호가가 1억 원가량 떨어진 급매물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대형건설사#재개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