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부회장, 글로벌 마케팅 직접 챙긴다

LG전자 조직개편… 직속조직 GMO서 총괄

구본준 부회장

LG전자가 글로벌 마케팅 조직의 수술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휴대전화, TV, 생활가전 등 분야별로 해외 마케팅 전략을 세웠지만 앞으로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이 이를 도맡아 경영의 스피드를 높이고 위기 대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0일 LG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MC(휴대전화), HA(홈어플라이언스), HE(홈엔터테인먼트), AC(에어컨) 등 각 사업본부 소속이었던 글로벌 마케팅전략 부서를 구본준 부회장 직속인 글로벌마케팅부문(GMO)으로 옮기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김기완 부사장이 맡고 있는 GMO는 구 부회장이 지난해 신설한 조직으로 기존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최고유통책임자(CGTMO), 최고공급망관리책임자(CSCO)를 통합해 해외사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 같은 조직개편의 배경에 대해 “글로벌 마케팅 담당 인력이 사업부별로 분산 배치돼 효율성과 실행 속도가 떨어지고 기능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전략 담당에 대한 인사권이 GMO와 사업본부에 반반씩 있기 때문에 해외 마케팅 전략이 GMO 조직으로 완전히 일원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선 이번 개편으로 구 부회장이 사업부에 맡겨 왔던 전사의 글로벌 마케팅을 직접 챙기는 식으로 사업 추진체계가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LG전자의 해외사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현지에서 채용한 사업부별 마케팅·영업 인력을 대폭 줄이는 등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업부는 신규 사업을 위해 확보했던 인력을 상당수 내보내 사실상 해당 사업조직을 없앤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해외 마케팅 전략을 직접 챙기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며 “특히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면서 일부 사업부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