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군인연금 부담 더하니 나랏빚 774조… 353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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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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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회계방식 첫 적용



정부가 민간기업에서 주로 쓰는 회계처리 방식으로 국가재무제표를 작성한 결과 우리나라의 총부채 규모가 당초 발표된 국가채무(420조7000억 원)보다 352조9000억 원이나 많은 773조6000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무원 및 군인연금 수급자에게 평생 지급할 연금 예정액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부채와 더불어 공식 국가부채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사실상의 나랏빚이나 마찬가지여서 부채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개정된 국가재정법에 따라 미래의 부채도 빚으로 인식하는 발생주의 방식의 복식부기로 작성한 2011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31일 국회에 제출했다. 대부분의 민간기업에서 쓰는 연결 재무제표가 국가회계에 처음 도입되면서 ‘숨겨져 있던 빚’이 드러난 것이다.

이태성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은 “과거 회계가 X선으로 검진하는 수준이었다면 연결 재무제표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재무 상황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하지만 국가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모든 나라의 부채통계에 연금충당부채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재무제표상 부채가 늘어났다고 해서 국가 공식부채가 증가한 것은 아니다.

국가 재무제표상 총부채(773조6000억 원) 가운데 342조 원은 연금충당부채다. 공무원 및 군인연금의 현재 수급자와 미래 수급자(현 재직자)가 평생 받을 예정액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충당부채 비율은 28%로 미국(39%), 영국(77%), 프랑스(50%)보다 낮지만 향후 사회서비스 수요 확대로 공무원이 증가하고 평균수명도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연금충당부채는 빠르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 부채도 국가부채의 또 다른 숨어있는 뇌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공기관(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의 총부채는 463조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해 사상 처음 국가채무 규모를 앞질렀다. 공식 국가부채에 향후 연금지급액, 공공기관 부채를 모두 더하면 사실상의 국가부채는 1237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GDP(1237조1250억 원)와 비슷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금융보험학)는 “정부는 선진국에 비해 국가부채 비율이 낮다며 안심하라고 하지만 지난 14년간 GDP 성장률보다 정부채무가 훨씬 빠르게 늘어난 게 문제”라며 “정부회계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의 대차대조표와 자금흐름표를 만들고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 재무제표가 처음 작성되면서 과거 결산보고서에는 없던 자산도 새롭게 드러났다. 한국의 총자산은 1523조2000억 원이고 부채를 뺀 순자산은 749조6000억 원이다. 회계주체의 재무건전 지표인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50.8%로 미국(567.2%), 영국(200.4%), 프랑스(185%)보다 양호하지만 이들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 파운드, 유로 등을 쓰기 때문에 한국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재무제표상 정부가 보유한 최고가 장비는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3호기 두 대(해온, 해담)로 가치는 350억 원이다. 2010년 12월 도입한 국내 최대 규모 컴퓨터로 한반도를 1.5km 간격으로 나눠 상세 기상예보에 활용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공무원연금#군인연금#나랏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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