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협력업체 체감도 조사, 경기 좋으면 후하고… 불황 업종엔 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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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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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따라 ‘들쭉날쭉’

“대기업들 얘기에 일리가 있더라고요. 호황업종은 점수가 잘 나오고 조선업처럼 업황이 나쁜 곳은 안 나오잖아요. 조사방법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대기업도 불만을 안 갖겠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11일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전날 발표된 동반성장지수에 대해 평가대상인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계 역시 ‘조사방법이 다소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는 얘기였다.

○ “업종 특성 고려해 평가 잣대 개선해야”


중기중앙회는 13일 추가 논평을 내고 “동반성장위는 업황을 고려해 보다 정교한 평가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제조업 유통업 건설업 등 업종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평가시스템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한 공정거래협약 이행실적 평가와 동반성장위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체감도 조사를 합산한 것이다. 기업들의 불만은 주로 정성(定性) 평가인 체감도 조사에 집중돼 있다. 이 조사는 56개 대기업의 1·2차 협력사 중 5200여 개 업체를 무작위로 선정하고 설문을 벌여 점수를 등급화했다.

실제로 13일 동아일보가 동반성장위 실무위원으로부터 입수한 체감도 조사 설문항목을 보면 지나치게 주관적인 답변이 나올 수 있거나 대기업의 노력보다는 업황, 업종에 따라 답변이 좌우될 수 있는 문항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대기업과 상호 신뢰의 정도’ ‘대기업과 비전을 공유하는 정도’를 △매우 높다 △다소 높다 △보통 △다소 낮다 △매우 낮다로 평가하게 하는 것도 있다. 대기업으로서는 어떤 협력업체가 설문 답변업체로 선정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특히 유통·건설업 대기업들은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얼굴을 마주 대하며 오래 관계를 이어가는 제조업은 유리하고 수개월짜리 단기 계약이 많은 우리 업종에는 불리한 설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위 등급을 받은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실제 동반성장 노력보다 협력업체들에 홍보를 누가 많이 했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문항”이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 “납품단가 만족도는 업황에 좌우”


‘평가대상 대기업의 생산 분야 협력 여부를 기재해 달라’며 공정 개선이나 설비 대여, 원자재 제공 항목에 표시하게 한 것도 해당 사항이 없는 서비스 업종에는 불리하다. ‘2011년 1∼6월 중 평가대상 대기업의 납품단가 수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경기가 좋은 업종은 후한 점수가, 업황이 안 좋으면 점수가 나쁘게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불황에 허덕이는 조선·건설업체는 이번 평가에서 대부분 하위 등급에 그쳤다.

이에 대해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체감도를 조사한다는 개념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주관적인 느낌을 물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며 “모든 항목을 점수화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동반성장위는 16일 유장희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동반성장지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할 예정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대기업#기업#동반성장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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