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돈줄 급한 伊 “中 시장경제지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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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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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중 伊총리 “시장원리 작동”… 덤핑국 탈출 中 숙원에 화답
국채매입등 中자금 유치작전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에 대해 시장경제지위(MES)를 인정했다. 보아오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가 비록 EU 국가이지만 중국의 완전한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MES는 교역 상대국의 경제활동이 정부가 아닌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고 인정할 때 부여하는 지위다. MES를 인정받지 못하면 해당국에서 들여오는 상품 가격이 정부 보조금이나 환율 조작으로 인해 과도하게 낮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무역분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된다. 중국이 EU와의 분쟁에서 ‘덤핑 교역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은 채무위기에 처한 EU를 돕는 조건으로 자국에 대한 MES 인정을 요구해왔지만 긍정적인 답을 듣지 못했다.

이번에 이탈리아가 중국의 MES를 인정한 것은 국채 매입 등과 관련해 중국의 도움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몬티 총리는 “이탈리아 경제에 존재하는 문제로 인해 중국의 이탈리아 투자가 지장을 받고 있다”며 “중국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양국 중소기업 간 협조와 무역 증가, 법률 정비, 중국 기업의 이탈리아 내 진출 절차 간소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몬티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탈리아 경제의 미래를 확신하고 있으며 중국 민간기업의 이탈리아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중국에 대한 MES 인정이 EU 전체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불확실하다. 이탈리아는 경제 규모가 유로존 내에서 3위이고 중국과의 교역 규모는 유로존 국가 가운데 4위이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의 결정이 역내 국가들의 대중(對中) 정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EU 내 의사결정의 열쇠를 독일과 프랑스가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이탈리아의 방침이 단기간에 EU 전체로 확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중국에 대해 완강한 거부감을 보이던 EU가 부채 위기로 문을 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탈리아의 결정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작지 않다. 미국과 일본도 아직까지 중국에 대해 MES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 한국은 2005년 11월 중국의 MES를 인정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유럽#중국#시장경제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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