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문 TG삼보 사장(오른쪽)이 15일 이 회사의 TV 시장 진출 첫 작품 ‘티뷰(T-VIEW)’
를 함께 기획한 김선혁 이마트 대형생활가전 담당 바이어와 디지털 가전시장의 최근 동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981년 국내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PC)를 만든 중견기업 TG삼보가 ‘티뷰(T-VIEW)’라는 브랜드로 TV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국내 최대의 유통망을 갖춘 이마트와 1년 가까운 준비기간을 거쳐 42인치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유명 가전브랜드 TV보다 30%가량 싼 76만9000원에 내놓은 것이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3가 TG삼보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손종문 사장(44)은 티뷰를 소개하며 “대형마트나 오픈마켓에서 이제껏 팔아온 저가 TV와는 근본부터 다른 제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품질이 낮은 부품을 쓰거나 제조·유통업체가 마진을 포기하는 식으로 가격을 낮춘 행사상품이 아니라 기존 유명 브랜드 TV와 경쟁할 준비를 갖춘 제품이라는 것이다.
TG삼보가 TV 시장 진출을 준비한 것은 2007년부터다. 손 사장은 “‘탈(脫)PC’는 TG삼보뿐 아니라 델이나 HP 같은 세계적 PC업체들에도 공통된 화두”라며 “TV는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PC용 모니터와 PC용 TV수신카드 기술을 살려 진출할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TV개발팀을 꾸렸지만 제품을 실제로 시장에 내놓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술이나 품질은 자신이 있었지만 자체 유통망을 갖췄고 시장에서의 인지도도 높은 대기업 제품과 겨룰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품질 좋은 저가 TV 공급업체를 구하고 있던 김선혁 이마트 대형생활가전 담당 바이어가 TG삼보에 TV개발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다. 손 사장은 “TG삼보의 기술력에 고객의 욕구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이마트의 역량이 결합하면 TV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티뷰는 TG삼보와 이마트가 서로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PC 전문기업인 TG삼보가 TV시장에 진출하는 첫 작품에서 과감하게 스마트 기능을 뺀 것만 해도 그렇다. 제조사 시각에서는 욕심을 부릴 만하지만 TV 구매 희망 고객 중 70%가 스마트 기능이나 3차원(3D) 기능이 없는 일반 TV를 원한다는 이마트의 시장조사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 대신에 초고화질(풀HD) 해상도를 지원하는 대만 CMI사의 ‘A+’ 등급 패널을 쓰는 등 품질에는 TG삼보의 자존심을 충분히 관철했다. 애프터서비스(AS)도 기존의 TG삼보 AS망을 통해 8년간(1년은 무상, 이후 7년은 유상) 제공하기로 했다.
손 사장의 다음 목표는 TG삼보를 PC뿐 아니라 디지털 디바이스 시장 전체에서 한 단계 도약시키는 일이다. 손 사장은 TG삼보의 다음 작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이마트와 새로 준비 중인 제품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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