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엔 조직안정 인물”… 금융계 수장 ‘내부인사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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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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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농협-신한 등 ‘낙하산’ 배제하고 승진 인사
인사적체 해소-노조와 원만… 대외 네트워크 약점

하나금융그룹 회장으로 내정된 김정태 하나은행장의 후임으로 김종준 하나캐피탈 사장(56)이, 1월에 사임 의사를 밝힌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의 후임으로 최흥식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60)이 내정됐다. 이로써 김승유 회장의 퇴임으로 시작된 하나금융의 지도부 개편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됐다.

하나금융과 하나은행 외에도 NH농협금융 신한은행 신한캐피탈 등 최근 최고경영자(CEO)를 뽑은 주요 금융회사에서 연이어 내부인사가 승진해 그동안 관료 등 외부인사가 수장(首長) 자리를 종종 차지했던 금융계에 ‘내부인사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호흡 맞아

김종준 하나은행장 내정자는 경복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김승유 회장과 김종열 사장을 제외하면 하나금융 임원 중 입사가 가장 빠르다. 하나은행 기업금융 부행장 및 가계영업 부행장을 지냈고 2009년부터 하나캐피탈 사장을 맡아 은행과 비(非)은행 부문을 두루 거쳤다.

김종준 내정자 발탁은 김정태 회장 내정자와 손발이 잘 맞는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김종준 내정자는 김정태 회장 내정자의 고향(부산) 후배이자 대학 후배이다. 2009년 가계영업 부행장으로 일하며 당시 김정태 은행장과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최근까지 행장 후보로 거론된 이현주 리테일영업그룹 부행장(53)과 김병호 경영관리부행장(51)은 “아직 이르다”는 김정태 회장 내정자의 뜻에 따라 막판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창섭 하나금융 부회장이 유력해 보였던 하나금융 사장은 최흥식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이 내정됐다. 최 내정자는 경기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금융연구원장, 연세대 교수 등을 지냈다. 김승유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를 결심했을 때 초기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다양한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왜 내부인사?

하나금융그룹 인사에 앞서 NH농협금융그룹은 새 회장에 33년간 농협에 근무한 신충식 전무를 선임했다. 최근 연임이 확정된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신한은행에서만 29년째 근무 중이고,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도 1991년 신한캐피탈 창립멤버로 합류한 ‘신한맨’이다. 금융업계는 외부인사의 수혈이 적지 않았던 정권 초기와 달리 내부인사 승진으로 새 경영진이 꾸려지는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총선과 대선, 잇따른 인수합병(M&A)과 뒤이은 경쟁 격화 등으로 금융계가 격변기를 맞고 있어 쇄신보다는 조직 안정을 우선하는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설득력 높은 해석이다.

최근 내부인사를 CEO로 뽑은 회사들은 한결같이 격변기에 놓여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과의 본격적인 통합을 시작해야 하고 농협은 신용과 경제사업을 분리하고 금융지주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으로 4대 은행과의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0년 말 내분 사태를 겪은 신한은행도 아직 여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흔들리는 조직을 안정시키고 조직원의 화합을 이끌어내려면 연배와 경륜이 높은 내부인사가 최고라는 점이 부각된 셈이다.

내부인사 출신인 한 시중은행장은 “내부인사의 경우 조직 장악력이 높고 인사적체 해소에 기여할 뿐 아니라 노조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풀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은행장은 “내부인사 출신 CEO는 거물급 외부인사에 비해 대외 네트워크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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