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중형주, 소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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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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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사랑 받는 코스피 대형주는 펄펄 나는데…

“주가가 왜 이리도 지지부진한 거죠? 코스피를 끌고 올라가는 업종만 오를 뿐 다른 업종은 철저히 외면당하네요. 한마디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주식만 펄펄 나네요.”(2월 6일, 포털 ‘다음’의 종목 토론게시판)

올 들어 코스피가 2,020 선을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타고 있지만 코스닥 중형주들에는 ‘훈풍’이 미치지 않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의 자금이 쏟아지며 코스피가 랠리를 펼치고 코스닥시장에서는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지만 양쪽 사이에 끼여 있는 셀트리온, 다음 등 코스닥 대장(大將)급 중형주들은 주춤하는 양상이다. 요즘 증시에서는 ‘아주 착하거나 매우 나쁜 주식만 뜬다’는 얘기다.

실제로 연초 이후 17일까지 코스피가 10.83% 오른 사이 코스닥지수는 7.99% 올라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이는 셀트리온(1.52%), 다음(―5.67%)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주들이 상승하지 못한 때문이다. 대주주 지분 매각 논란에 휩싸인 메디포스트는 같은 기간 무려 33.03%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총 상위 20개의 평균 상승률은 1.40%로 코스닥지수 상승률에도 못 미쳤다.

그나마 코스닥에서 돈이 몰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은 대부분 정치 테마주들이다. 올 들어 코스닥 주가상승률 상위 20개 중 문재인 테마주, 세종시 테마주 등 각종 ‘테마’에 얽혀 있는 종목은 이루온, 위노바 등 10개나 된다. 문재인 테마주로 엮인 바른손과 서희건설은 연초 이후 각각 375.68%, 183.76%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고액 자산가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코스피 대형주 위주로 투자를 하고, 데이트레이더들은 테마주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 이런 ‘중형급 주식 소외 현상’을 낳았다고 풀이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고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의 파고까지 겪은 스마트 투자자들은 아직까지 외국인의 흐름을 관망하며 쉽사리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지 않고 있다. 전현진 신한금융투자 PB팀장은 “오랫동안 눈여겨봐둔 몇몇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만 조심스럽게 들어갈 뿐 아직까지는 현금 비중을 늘려놓고 관망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중형급 종목들의 한숨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센터장은 “코스닥 상위주들이 외국인의 눈길을 끄는 ‘한국 대표주’는 아니다”라며 “삼성전자가 워낙 몸집이 크다 보니 ‘지수’상으로는 큰 상승을 이끌지만 외국인의 자금을 중심으로 한 상승무드가 코스닥 중형주로까지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민 삼성증권 연구원도 “최근 장세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중소형주 소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코스피의 랠리가 이어진다면 이미 대형주들은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중형주로의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아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이 연초 이후 9조3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향후 순매수 강도는 약해질 것”이라며 “기관과 개인의 유동성은 상대적으로 주가 부담이 작은 중소형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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